[D-인터뷰] 채수빈 "짝사랑 한 풀어, 사랑받아 행복"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서 가령 역
"훌륭한 배우·제작진 덕에 즐겁게 촬영"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서 가령 역
"훌륭한 배우·제작진 덕에 즐겁게 촬영"
"다 떠나고 나 혼자 남았어. 나는 너 기다렸어."
최근 종영한 MBC 월화극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가령은 사랑할 때 당찬 여성 캐릭터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감정을 숨기지 않고 용기 있게 말하는 '직진 사랑꾼'이다. 어디 이뿐이랴. 남편 길동(윤균상)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을 희생하기까지 한다.
평범한 아이였던 가령은 길동에게 사랑을 느낀 후 그의 곁에 남겠다고 다짐한다. 온몸을 바쳐 적장의 방에 들어가기도 하며, 적극적인 의지로 사랑을 지키려고 애쓴다. 남편의 복수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왕에게 도전한 가령은 결국 길동과 재회하며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본다.
다채롭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소화한 채수빈(본명 배수빈·22)을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신사동에서 만났다.
'역적'은 허균 소설 속 홍길동이 아닌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 홍길동의 삶을 재조명한 드라마다.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그렸다. 드라마는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채수빈은 극 중 캐릭터 변화의 폭이 가장 컸던 가령으로 분해 30부작을 소화했다. 전날 종방연을 마친 그는 "다 같이 신나게 노래 불렀다"고 웃은 뒤 "끝난 게 실감 안 난다. 촬영장에 가야만 할 듯하다. 배우들, 제작진과 호흡이 잘 맞아서 30부작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며 "좋은 분들과 연을 맺게 돼 감사하다. 배운 것들이 많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변화무쌍하고 감정 소모가 큰 가령을 연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놉시스를 봤을 때 여러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생각에 고민했다. "가령이의 감정, 생각이 뭘까 고민했는데 감독님이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령이로 놀면 된다'고 하셨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내려놓는 연습을 했어요. 이런저런 계산을 하지 않고, 가령이로만 존재라고 했지요. 새로운 연기 방식이자 경험이었습니다."
전작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어 또 사극이다. 연달아 사극에 출연하게 된 그는 "내겐 감사한 일"이라며 "현대극, 사극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다. 사극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접하게 돼 연기할 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모개 역의 김상중은 채수빈을 두고 '재발견'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그는 "상중 선배님이 날 딸처럼 대해주셨다"며 "칭찬까지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선배님 사랑해요"라고 웃었다.
아쉬운 점을 묻자 "물론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이렇게 하면 안 됐을 텐데'라며 크게 아쉬워한 부분은 없었다"고 했다.
20대 배우가 30부작 사극을 이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점도 있을 법하다. 배우는 겸손한 대답을 들려줬다. "감독님,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덕분에 감정신을 잘 소화할 수 있었어요.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나오더라고요. 만족스러웠어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가며 연기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장대에 매달려서 '서방~'이라고 울부짖는 신이다. 첫 촬영이었단다. 당시 너무 추워서 기억에 남았다는 그는 "가령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회상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폭넓은 팬층을 거느리게 된 것도 수확이다. 채수빈은 "부모님이 드라마를 좋아해 주셨다"며 "봐도 봐도 재밌다고 하셨다. 어르신 분들도 많이 알아봐 주신다"고 미소 지었다.
'사랑꾼' 가령이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자가 봐도 멋있는 가령을 연기한 소감이 궁금해졌다. "감독님께서 '직진 가령'이라고 하셨죠. 남의 것을 탐내는 아이가 아니었어요. 감정에 솔직하고 연인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죠. 자기보다 남을 더 사랑하는, 행복할 자격이 있는 친구예요. 정말 멋있어서 부러웠답니다(웃음)."
가령이과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묻자 "말투가 비슷하다"면서 "가령이는 사랑할 때 적극적인데 난 소극적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말도 못 건다. 서방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당차게 궁을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부러웠다"고 했다. "가령이 캐릭터에 만족해요.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간 '짝사랑의 아이콘'이었는데 이번에 졸업했어요. 한 풀었죠. 호호. 이번엔 시청자들이 가령이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같이 슬퍼해 주셨어요. 참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서방' 윤균상과의 호흡을 물었다. 채수빈은 "배려심이 깊고,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준다"며 "내가 어떤 연기를 해도 잘 받아줬다. 고맙고,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고 했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2013)로 연기에 입문한 채수빈은 '파랑새의 집'(2015)으로 데뷔 2년 만에 주연 꿰찼다. 이후 '발칙하게 고고'(2015), '구르미 그린 달빛'(2016), '그대 이름은 장미'(2016), '블랙버드'(2016), '로봇, 소리(2016) 등 다양한 장르와 작품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했다.
'역적' 이후엔 당장 KBS2 금토극 '최강 배달꾼'과 '드라마 스페셜-우리가 계절이라면' 촬영에 들어간다. 단막극은 '구르미 그린 달빛' 감독과 작가의 인연으로 출연하게 됐단다. 제작진의 신뢰를 받는 배우란 뜻이다.
채수빈만의 매력을 물었더니 '화려하지 않은 외모'라는 '망언' 수준의 답이 돌아왔다. "시대를 잘 탄 외모 같아요. 호호. 연기를 제대로 배운 게 아니라서 감독님, 작가님께 의지하는 편이에요. 다양한 의견과 감정을 잘 흡수하는 게 제 장점이지 않을까요?"
채수빈은 건국대 선배인 고경표와 '최강 배달꾼'에서 호흡한다. 둘 다 '소처럼 일하는 배우'다.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얻어가는 게 있어요. 연기가 재밌어서 쉬지 않고 일했는데 일할 때가 전 행복해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나쁜 추억이 된 작품은 없어요. 열심히 준비해서 잘하고 싶답니다. 경표 선배님과는 서로 알던 사이라 기대돼요(웃음)."
이번 작품에선 '어이 얼어자리'와 '역적' OST를 불러 화제가 됐다. '기계의 힘을 빌렸다'며 웃은 그는 "배우로서 경험할 만한 일이라는 김상중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용기 내 참여했다"며 "감정 잡을 때 노래가 도움 됐다"고 했다.
작품을 안 할 때 뭐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누워 있어요"라는 '쿨'한 답을 내놨다. "동네 친구들 만나서 카페 가거나 친구집 가서 누워 있어요. 하하. 최근엔 '로맨스가 필요해'와 '도깨비' 몰아서 봤고요. 특별할 게 없어요."
2년 전 기자와 만난 채수빈은 "배우라는 직업이 화려하고 멋있게 보이는데 난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보다 더 유명해진 지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막연하게 배우라는 꿈을 꿨을 때 배우가 되면 삶이 확 바뀔 것 같았어요. 근데 배우가 된 지금 다를 게 없어요. 직업이 바뀐 것뿐이지 유명세에 따라 삶의 변화는 없답니다."
채수빈이 바라는 자기 모습은 다양한 색깔을 내는 배우란다. 연극 무대에도 다시 오르고 싶단다. 무대에 오르면 오롯이 행복하다고.
올해 계획에 대해선 "목표나 계획 없이 산다"며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가려고 한다"고 했다.
배우가 안 됐으면 어떤 일을 꿈꿨을까. 강아지와 함께 사는 그는 주저 없이 '동물 분야 직업'을 꼽았다. "동물을 정말 좋아해요. '역적' 촬영장에서도 말만 보면 달려갔거든요. 최근 동물원에도 갔답니다. 기회만 된다면 '동물농장'에 출연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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