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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층 완등' 김자인, 도쿄 시상대도 오르길


입력 2017.05.22 08:19 수정 2017.05.22 08:20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555m 롯데월드타워 정상..'돈벌이용' 시선에도 꿋꿋하게 완등

2020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 클라이밍서 메달권 진입 기대

김자인이 이번 등반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겪어야 했던 또 한 가지의 어려움은 이번 빌더링을 단순한 ‘돈벌이용 쇼’로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 연합뉴스

스포츠 클라이밍 김자인(28·올댓스포츠)이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등반했다.

김자인은 20일 오전 11시부터 열린 ‘김자인 챌린지 555’에서 롯데월드타워 건물 외벽에 인공 손잡이(홀드) 등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로 건물 자체 구조물과 안전 장비에만 의존, 1층부터 123층까지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2시간 29분 38초 만에 올랐다.

이로써 김자인은 세계 여성 중 가장 높은 건물을 맨손으로 오른 기록을 세웠다. 현재까지 빌더링 최고기록은 2011년 프랑스의 남성 클라이머 알랭 로베르가 세계 최고 높이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에 오른 것이다.

김자인은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클라이밍 월드컵 25회 우승, 한국 최초 세계선수권 대회 오버를 부문 우승(2012), 리드 부문 우승(2014), 아시아선수권 대회를 11연패 등의 타이틀을 보유한 한국이 낳은 세계 정상의 클라이머다.

김자인은 지난 2013년 부산 KNN타워((128m)와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84m)을 등반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번 도전은 김자인이 지닌 클라이머로서의 능력과 앞선 빌더링 경험이라면 충분히 성공을 예상할 수 있었다.

천하의 김자인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 장비에만 의존한 채 건물 외벽 구조물을 홀드 삼아 555m 높이의 건물을 오르는 과정은 클라이밍 테크닉은 물론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정하기 어려운 도전이었다.

김자인이 이번 등반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겪어야 했던 또 한 가지의 어려움은 이번 빌더링을 단순한 ‘돈벌이용 쇼’로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이와 같은 시선을 모를 리 없는 김자인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이번 롯데타워 등반을 결심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라고 이번 도전의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김자인이 SNS에 밝힌 이번 도전에 나서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555m 라는 높이의 빌딩 등반을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기 쉽지 않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것” ▲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이 도전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또는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 정말 아주아주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 ▲ “클라이밍 이라는 멋진 스포츠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고, 그것이 어떤 등반 형태이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클라이밍이라는 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고 싶고, 그걸로 더 많은 클라이밍 인프라가 생겨나고, 그것으로 하여금 현재 존재하는, 또는 앞으로 생기게 될 한국의 클라이밍 인프라가 더 많이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 “나는 최고의 클라이머, 타고난 클라이머, 능력있는 클라이머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클라이머가 되고 싶다” ▲ “때문에 나의 작지만 긴 오름짓으로 어려운 친구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자인은 이와 같은 다섯 가지 도전의 이유에 대해 밝힌 뒤 “모든 선배님들의 생각 충분히 존중합니다. 저의 등반이 어떤 분들에겐 무모한 행위, 어떤 분들에겐 의미 없는 등반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저의 안전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고, 저의 보잘 것 없는 능력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등반으로 꼭 555m를 완등, 위와 같이 생각해온 이번 등반의 가치들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을 뿐입니다”이라고 밝혔다.

김자인은 올림픽에 대해 "메달 욕심보다 2020년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개인적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연합뉴스

도전에 앞서 이와 같은 당찬 출사표를 던진 김자인은 결국 사흘 후 자신의 뜻대로 여성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 꼭대기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날 김자인은 73층에서 10분간 휴식을 취한 것을 제외하고는 롯데월드타워를 오르는 중간 중간 잠깐 휴식을 취했을 뿐 거의 쉼 없이 등반을 이어갔다. 그러는 와중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맑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기도 했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적신 또 하나의 장면은 김자인의 묶음 머리 위에 달려 있던 노란색 리본이다. 김자인이 직접 만든 이 리본은 김자인이 세월호 참사 이후 출전하는 경기마다 빼놓지 않고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자인은 등반을 마친 뒤 “1m 오를 때 마다 1만원씩 기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완등으로 555만원을 기부할 수 있게 된 것도 기분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국, 김자인은 이번 등반 성공으로 앞서 자신이 SNS에 밝힌 도전의 이유들을 모두 실현시킨 셈이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와 TV채널을 통해 등반의 전 과정이 생중계됨으로써 클라이밍이라는 스포츠와 스포츠 클라이밍의 매력을 전달했고, 작고 가녀린 몸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알려진 건물을 맨손으로 오름으로써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용기와 도전의식을 고취시켰다.

김자인은 앞으로 새 시즌 월드컵 시리즈를 통해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로서 본업으로 돌아간다.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로서 김자인의 마지막 꿈은 아마도 올림픽 무대일 것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메달의 주인을 가릴 예정이다. 김자인의 새로운 도전은 이제 올림픽으로 옮겨가게 된다.

김자인은 올림픽에 대해 "메달 욕심보다 2020년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개인적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0년이 되면 우리나라 나이로 33세가 되는 김자인의 나이를 감안하면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쉬운 도전이 아닐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김자인이 빠진 도쿄올림픽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태극마크가 새겨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김자인이 도쿄올림픽 시상대에 올라 롯데월드타워 정상에서 지어 보였던 환한 미소를 다시 보여주길 바라본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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