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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실패가 던진 '똑같은' 메시지


입력 2017.06.16 08:35 수정 2017.06.16 08:36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한국축구, 매번 같은 이유로 감독들 경질

실력과 성장 가능성만으로 선수 발탁해야

슈틸리케 감독이 15일 사실상 경질됐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울리 슈틸리케(2014.09-2017.06) 감독이 물러났다. 성적 부진에 따른 사실상의 경질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2017 제5차 기술위원회’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슈틸리케는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18 러시아월드컵을 꿈꿨지만 한계를 드러내며 한국을 떠나게 됐다.

경질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성적이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무려 8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른 아시아 축구 강국이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는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3회 연속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맞붙고 있는 ‘숙명의 라이벌’ 이란 원정에서 ‘유효슈팅 0개’라는 굴욕을 맛봤고, 승리를 당연시했던 중국에도 패했다.

심지어 A조 최하위 카타르도 넘어서지 못하면서, 더 이상 한국 축구와 슈틸리케는 함께할 수 없었다.

슈틸리케가 물러난다고 해서 한국 축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이끈 지도자들이 똑같은 문제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이끌었던 조광래 감독은 ‘만화 축구’로 축구팬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유망주 제조기’란 별명답게 구자철, 지동원 등 신진 선수들의 성공적인 대표팀 안착을 이끌었고,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괜찮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 구성에 문제를 드러냈고, 레바논(월드컵 3차예선 1-2 패배)과 일본(친선 경기 0-3 패배) 원정 참패, 2014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던 박주영과 구자철 등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고, 김재성과 이용래 등의 무리한 포지션 변경이 경질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조광래 감독이 물러나자 K리그 최고의 감독으로 손꼽힌 최강희는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쿠웨이트전부터 최종예선까지만 대표팀을 이끌었다. 약속했던 임기는 모두 채웠고,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목표도 달성했다. 그 역시도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최강희 감독은 국내파 선수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줬다. 이동국과 김신욱, 이근호 등 K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짰고, 긴 패스를 활용한 ‘뻥축구’에 의존하며 축구팬들의 큰 아쉬움을 불러왔다. 축구팬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던 기성용의 ‘SNS 뒷담화 사건’까지 터지며 최강희 감독과 한국 축구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이별했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 데일리안DB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 홍명보 감독도 등장했다.

월드컵 본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성과까지 이뤄낼 수 있는 감독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 역시 선수 발탁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K리그를 ‘B급 리그’가 칭했고, 자신이 잘 아는 선수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소속팀 경기에 전혀 나서지 못하던 박주영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홍명보호는 월드컵 본선 역사상 최상의 조(러시아-알제리-벨기에)란 평가에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승리를 당연시했던 알제리전에서는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하는 등 2-4로 패하며,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경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 2002 한일월드컵 4강과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은 초라하게 퇴장했다.

한때는 갓틸리케(GOD+슈틸리케)란 찬사를 들었지만, 무능한 지도자란 혹평과 함께 한국을 떠나게 된 슈틸리케.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을 이뤄낼 때만 해도, 이정협과 권창훈, 이재성, 이종호 등 오직 실력과 성장 가능성으로 대표팀을 구성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종예선 들어서 불거진 원칙 없는 선수 선발에 그 역시 무너지고 말았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매번 똑같은 문제로 실패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슈틸리케호 실패가 한국 축구에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이제는 자격을 갖춘 이들이 국가를 대표해야 한다. 원칙이 살아있는, 상식적인 국가대표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 축구가 살길이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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