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장관 임명 강행, 두고두고 짐 된다
문 정부 외교안보전략은 문정인 등 ‘자주파'가 좌우
강경화, 자주파와 코드 맞추다 '희생양' 개연성 농후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전략은 문정인 등 ‘자주파'가 좌우
康, 드센 자주파와 코드 맞추면서 '희생양' 개연성 농후
기어이 임명을 강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야(野)3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임명했다. 어쨌든 강 장관은 외무고시를 보지 않은 비(非)고시 출신으로 외교부의 유리천장을 깬 첫 여성장관이 됐다. 지난 달 21일 청와대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강경화 장관에 대한 인사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강 장관 장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를 미리 알렸다. 마치 그것 말고는 다른 큰 문제가 없는 듯 말이다.
하지만 그 이후 불거진 의혹들은 단순히 이중국적과 위장전입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터져 나오는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변명을 하려다보니 급기야는 거짓말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포인트는 따로 있다. 문 대통령은 강 장관을 ‘당차고 멋이 있는 여성’이라며 외교부장관에 임명했는지 모르겠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강 장관의 장관으로서 안목과 자질에 많은 청문위원들과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한 것이 정작 더 큰 문제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는 것이 정도(正道)
문 대통령은 강 장관 임명 강행의 이유를 한미정상회담(6월29~30일)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회의(7월7~8일)등 주요국가와의 회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외교부장관 없이 대통령이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백번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되묻고 싶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아니면 안 되냐고. 야3당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부적격 인사를 협치를 포기하면서 강행할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는 것이 정도(正道)다.
강 장관이 미국의 키신저나 중국의 저우언라이 정도로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국제정치학 석학이거나 외교의 달인이라면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가 국제외교무대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입장에서라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강 장관의 역량도 의문이거니와, 국제정치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약소국일 수밖에 없는 우리가 굳이 이렇게까지 무리에 무리를 하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급격한 대북정책의 전환과 미국과 충돌 가능성
지난 주 우리나라 통일․외교․안보의 사실상 최고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미국을 방문, 워싱턴을 휘젓고 다녔다. 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사전정지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른바 ‘6․15제안’의 구체적 로드맵도 선보였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he)이 제안(proposed)했다면서 “북한의 핵 활동 중단 시 한미군사훈련을 축소하고 미군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겠다”는 파격적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중국이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특히 중국은 그 동안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니 반갑기 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싸늘하다. 미 국무성 대변인은 한 마디로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대화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자칫하면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
문 대통령은 일종의 외교적 도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 문제 그리고 한반도평화체제구축과 미국·북한 수교 문제 급기야 한미군사훈련과 미군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축소 문제까지 들고 나왔다. 이른바 ‘자주파’들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을 컨트롤하고 있다. 강경화 장관같이 국내정치역학에 취약한, 그리고 4강 외교의 경험이 일천한 외교수장이 드센 자주파들과 코드를 맞추면서 또 ‘아메리카 퍼스트’의 트럼프 정부와 지난(至難)한 협상을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정치는 냉엄하다. 백번을 양보해 만약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대로 문제가 술술 풀려간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과 엇박자, 그리고 한미동맹의 균열,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엄청난 힘겨루기, 미국과 북한의 치킨게임의 가능성, 그럴 경우 우리나라는 꼼짝 없이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 또한 강경화 장관은 속절없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윤영관 외교부장관의 신세가 그러했듯이… 국제관계는 뒤죽박죽이 되고 말이다.
국제정치에서 협상력의 근본은 국내정치의 안정
물론 대통령이 외교부장관을 임명한 이상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로 아쉽고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일단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이 왜 이렇게 힘든지, 인사 문제가 왜 이렇게 엉키고 있는지, 야당과의 협조는 정녕 요원한 것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국제정치에서 한 나라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정치가 안정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높은 지지율에 매몰되면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지나칠 정도인 국민들의 기대 그리고 핵심지지세력(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과도한 요구다. 지금 당장은 큰 힘이 되는 것 같지만 결국 나중에는 짐이 될 수 있다. 왜일까? 간단하다. 바로 앞으로 3년은 여소야대의 정국 속에서 모든 것을 국회에서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민주주의의 요체이기도 하다.
김상곤-조대엽 후보자 문제도 원점에서 검토해야
강경화 장관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을 증폭시켰던 것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일방통행식 자세 때문이기도 하다. 검증을 함에 있어서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의 사연이 다르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인사검증 결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는 그들의 이야기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왜 청문회를 여느냐는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 훌륭한 인물을 사전 검증을 통해서 지명하면, 국회는 국민의 눈으로 그의 살아온 길과 자질 등을 살펴서 적합·부적합의 의견을 내는 것이다. 즉 청와대의 인사검증 결과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일 수밖에 없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고 그냥 퉁칠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야당이 반대하고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김상곤 교육부(논문표절 등), 조대엽 노동부(음주운전 등) 장관후보자의 거취문제를 포함하여 인사문제 전반을 원점에서 살펴야 할 것이다. 결국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글 / 황태순 정치평론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