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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꾼' 구칸 사키, UFC에서는 어디까지


입력 2017.10.02 15:19 수정 2017.10.02 15:2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9월 데뷔전 승리, 의심할 나위 없는 타격 과시

그래플링 등 종합 격투기에 대한 적응 더 필요

UFC 옥타곤에 데뷔한 구칸 사키. ⓒ UFC FOX 캡처

UFC 옥타곤에 선 구칸 사키(34·터키)를 향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사키는 지난달 2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서 펼쳐진 ‘UFC FIGHT NIGHT 117’에서 UFC 데뷔전을 가졌다. 사키를 기억하고 있는 한국 팬들은 전찬미, 임현규, 김동현B 등 코리안 파이터들 경기 이상의 관심을 나타냈다.

사키는 종합 무대에서 이름값 높은 파이터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초보 파이터다. 경기 전까지 종합 전적이라고는 1전 1패가 전부일 정도로 일천했다.

한국 팬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던 배경에는 입식격투기 K-1 영향이 컸다. 세계적 입식격투가로 명성을 떨쳤던 사키는 국내 팬들에게는 K-1 전성기를 함께 누렸던 파이터로 친근하다. 여전히 많은 팬들은 당시 활약했던 사키를 잊지 않고 있다.

2008년 ´K-1 하와이´대회에서는 랜디 김(42·한국명 김재일)과 결승에서 맞붙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혔지만 사키는 K-1 정상에는 서보지 못했다. 기량이 부족해서가 아닌 체급 문제가 컸다. 당시 K-1은 무제한급과 K-1 맥스 두 체급만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라이트헤비급 정도 체격이었던 사키 입장에서는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적정 체급이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무제한급에서 리얼 헤비급 선수들과 경쟁해야만 했다. 네이션 코벳, 타이론 스퐁, 자빗 사메도프, 마고메트 마고메도프, 멜빈 마누프, 교타로 등이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사키는 상위권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거구의 강자들도 까다로워할 정도로 매우 빠르고 기술까지 좋았던 것이 그 이유다.

사키는 체격(182cm·97kg)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체형 역시 근육질이 아닌 살집이 살짝 보이는 몸이었다. 하지만 실전으로 다져진 그는 외모와 달리 한 마리 야수를 연상시키듯 굉장히 빠르고 민첩했다. 속사포 같은 로우 킥과 가드 빈곳을 쉴 새 없이 찔러대는 매서운 펀치까지 싸움꾼 본능이 끓어 넘쳤다.

무시무시한 핸드스피드의 소유자이기도 했던 사키의 콤비네이션은 예측불허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정석에 가까운 콤비네이션을 구사했던 대다수 선수들에 비해 예상치 못한 각도와 타이밍에서 펀치와 킥을 내는가 하면, 비슷한 부위에 같은 공격을 연달아 집어넣는 등 상대를 매우 당황케 하는 패턴을 자주 구사했다.

기대치는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경험이 너무 일천한 데다 미르코 크로캅, 마크 헌트 정도를 빼고는 제대로 종합무대에서 성공한 파이터가 극히 드물었던 것이 이유다. 더욱이 가장 수준이 높은 UFC로 뛰어든 것이라 고전을 예상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적지 않은 나이 역시 불안요소였다.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는 점에서는 성공적 스타트라 할 수 있다. 사키는 라이트헤비급 체급으로 엔리케 다 실바(27·브라질)와 UFC 데뷔전을 치렀다. 실바는 10승 무패의 전적으로 UFC에 입성했지만 2승 뒤 3패를 당하며 주춤했다.

실바는 12승 중 11승을 KO(TKO)로 장식했을 정도로 공격적인 성향이다. UFC 측에서도 화끈한 타격전을 염두에 두고 상성까지 고려해 짠 매치업 성격이 강했다.

UFC 구칸 사키 ⓒ UFC

사키의 타격은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한창 시절에 비해 순발력은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96전 83승 12패 1무효의 베테랑 킥복서로서의 커리어는 여전했다. 경기 초반 자신만만하게 타격전을 걸어오는 실바에게 레프트 스트레이트로 다운을 빼앗는 등 타격레벨에서의 차이를 보여줬다.

실바는 타격전을 포기한 채 테이크다운 위주의 패턴으로 전략을 바꿨다.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있었던 듯 사키는 실바의 테이크다운을 곧잘 방어했다. 클린치 싸움도 적극적으로 하고 케이지 펜스에 기대어 넘어지지 않았다.

2년 만에 경기를 가지는 데다 종합격투기라는 생소한 영역은 사키의 체력을 쉽게 빼앗아버렸다. 실바가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타격전 보다는 좀 더 달라붙어 힘을 빼놓아야했다. 실제로 1분정도만 더 압박했더라면 경기의 승자는 실바가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키는 타격 스페셜리스트답게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실바 타격의 빈틈을 정확하게 포착했고 연타 타이밍에서 왼손 카운터펀치를 터트리며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강력한 카운터를 허용한 실바는 크게 뒤로 나가떨어졌고 그 순간 심판이 빠르게 경기를 말렸다. 1라운드 4분 45초 만에 KO로 경기를 끝낸 것이다.

다른 입식타격가 출신들이 그렇듯 사키 역시 UFC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래플링, 클린치 등의 보강이 절실하다. 실바가 아닌 레슬러 스타일의 상대였다면 케이지로 압박당하는 과정에서 낭패를 볼 위험도 크다.

종합격투기 리듬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체력 분배적 요소 등 많은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물론 어쨌거나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기는 하다. 입식무대에서 한 획을 그은 사키가 전혀 다른 환경인 UFC에서도 명성을 날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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