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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영토확장…석유화학업계 입지 좁아지나


입력 2017.11.15 11:04 수정 2017.11.15 11:22        박영국 기자

정유업계 잇단 NCC 진출설…제품공급과잉, 원료수급 등 석화업계에 악재

LG화학 충남 대산 NCC 공장 전경.ⓒLG화학

국내 정유업체들의 NCC(나프타분해설비) 사업 진출설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 검토단계라고는 하지만 최근 정유업계의 ‘비석유 사업비중 확대’ 추세와 석유화학 장기 호황을 감안하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도 아니다. 정유업체들이 제각기 자체 NCC를 보유하게 될 경우 나프타 공급부족과 기초유분 공급과잉 등으로 석유화학업계에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공장에 2019년 1월 착공을 목표로 에틸렌 생산기준 70만t 규모 NCC와 50만t 규모 PE(폴리에틸렌) 생산설비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비석유 부문 투자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으로, NCC도 그 일환”이라면서 “아직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도 미래 신사업 투자와 대산공장 부지 활용방안 중 하나로 NCC 건설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여러 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어떤 설비가 들어갈지 언급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정유업체들이 이처럼 NCC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최근 업계 트렌드가 되고 있는 ‘비정유 사업비중 확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NCC를 보유한 SK종합화학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화학사업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영업이익 3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2조3891억원에 달했으며, 이 중 화학·윤활유사업은 62%를 점유했다.

문제는 정유업체들이 잇달아 석유호학산업의 중추가 되는 NCC를 보유하게 될 경우 그동안 정유-화학업계가 구축해 왔던 일종의 분업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단지는 모두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4대 정유사를 중심으로 건설돼 있다. 석유정제설비로부터 곧바로 나프타를 공급받아 NCC를 돌리고, 여기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을 공급받아 다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합성고무 등 산업 원료를 만드는 구조다.

이들 설비는 모두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효율적으로 원료 수급이 이뤄진다.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원료 공급의 정시성과 안정적인 물량 보장 등에서 장점이 많다.

여수석유화학단지의 경우 GS칼텍스가 LG화학, 여천NCC, 롯데케미칼의 NCC 공장에 나프타를 공급하며,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LG화학, 한화토탈, 롯데케미칼의 나프타 수요를 책임진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중질나프타를 사용하는 BTX 설비 위주로 화학사업을 영위해 왔으며, 경질나프타는 공급자의 입장이었지 수요자의 입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수와 대산에 각각 이들 두 정유사의 NCC가 추가로 세워진다면 기존의 안정적인 나프타 수급 구조가 흔들리게 된다. 일부 NCC들은 외부로부터의 나프타 공급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초유분 공급과잉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현재 국내 NCC들의 생산능력은 에틸렌 생산기준으로 LG화학 220만t, 롯데케미칼 214만t, 여천NCC 195만t, 한화토탈 109만t, SK이노베이션 86만t, 대한유화 80만t 등 총 904만t 수준이다.

여기에 GS칼텍스가 70만t 규모 NCC를 건설하고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규모의 설비 투자에 나선다고 가정하면 국내 에틸렌 공급은 15%이상 확대된다.

해외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당장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만 903만t 규모의 에틸렌 설비가 가동 예정이다.

수요와 공급이 제품가격과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석유화학 산업의 특성상 정유업체들의 NCC 투자는 정유-화학 업계의 공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석유화학 시황이 좋다고 투자를 결정한다 해도 설비 건설과 안정화 과정을 거치려면 수 년이 소요되는데, 그때 시장이 어떤 상황일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석유화학 시황은 계속해서 사이클을 타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시황이 좋다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가동 시점이 하향 사이클과 맞물리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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