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사용후기' 어딘 남기고 어딘 못 남기고…모호한 정부 규제 혼란

손현진 기자

입력 2017.12.08 06:00  수정 2017.12.07 21:32

오픈마켓선 건기식 상품평 자유로운데…종합 온라인몰에선 별점 평가만

온라인 플랫폼 다각화 흐름…'광고규제 현실화' 필요성 제기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따라 상품 후기를 남길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종합 온라인몰 상품평과 (아래)통신판매업 사이트 상품평의 각기 다른 모습. ⓒ데일리안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연말 선물로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려던 직장인 정모(33)씨는 의아함을 느꼈다. 상품평을 보니 구매 후기는 없고 구매자들이 매긴 별점만 가득했기 때문. 별점 4~5개의 호평이 많기는 했지만 그 중에는 최하점인 별점 1개짜리도 몇 있었다. 평소 상품평을 꼼꼼히 보고 구입을 결정하던 정씨는 별점 평가를 토대로 상품을 구입해도 될지 혼란스러웠다.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일부 온라인몰은 구매자들이 건기식 상품 후기를 남길 수 없도록 막아둔 반면, 또 다른 곳에서는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등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험기를 활용한 허위·과대광고를 규제하는 법안으로 인해 벌어진 상황으로,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가 혼란을 낳고 있다.

지난 7일 현재 롯데닷컴, CJ몰, SSG닷컴 등 종합 온라인 쇼핑몰을 살펴보면 건기식 판매 페이지 하단의 '고객상품평'에 소비자들의 구체적인 상품평 대신 별점 평가만 수두룩하다.

롯데닷컴은 "식품·건강용품 등 일부 카테고리 상품은 기능 및 효과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어 상품평·이용후기를 게시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CJ몰과 SSG닷컴에는 "개인의 주관적 의견에 의해 상품의 기능 및 효과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상품군으로 분류돼, 상품평을 게시하고 있지 않다"고 기재돼 있다.

반면 11번가, G마켓, 옥션 등 통신판매 중개 사이트의 오픈마켓에서는 자유롭게 상품평을 올릴 수 있게 돼 있다. 같은 건기식 상품이어도 온라인 쇼핑몰에 따라 구매자들의 후기를 볼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제각각 존재하는 상황인 것이다.

국내 종합 쇼핑몰들이 건기식 구매 후기 작성을 막아둔 것은 현행법상 규정 때문이다. 식품위생법 제13조및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 제18조는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거나 의약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허위·과대 표시 및 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후기를 이용한 광고' 적발 사례.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히 체험사례를 이용해 효능·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혼동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식품 허위·과대광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된 552건의 사례 유형을 보면 질병 치료효과 표방 396건(71.7%), 심의미필 41건(7.4%), 체험기 21건(3.8%), 기타 94건(17.%)이었다.

당시 식약처는 식품 허위·과대광고 중 인터넷 상에서의 불법행위가 94%를 차지함에 따라 인터넷 식품판매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종합 온라인 쇼핑몰들이 구매자들의 상품평 작성을 차단해 몸을 사리는 것도 이같은 광고규제 때문이다.

한 종합쇼핑몰 관계자는 "구매자의 개인적인 체험후기들이 허위·과대광고 규정 위반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서 상품평을 금지한 대신 별점으로 평가하도록 했다"며 "위·수탁계약을 맺는 종합쇼핑몰은 판매에 책임을 지지만, 11번가·G마켓 등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문제 발생시 판매자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온라인몰 운영 주체와 판매 책임을 지는 주체가 같은지 다른지에 따라 식품 허위·과대광고 관련 규정에 다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온라인몰 구매 후기가 실제 문제가 될 경우, 통신판매중개 사이트의 건기식 오픈마켓 판매자들은 단체로 적발될 수도 있다.

또한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에 개인이 자유롭게 올리는 건기식 구매 후기에 대해서는 단속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를 악용한 광고 행위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건기식 업체 관계자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온라인 판매 양상도 다각도로 변화하고 있어 광고규제도 역시 현실적으로 손질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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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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