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보수가치 위기 아닌 보수정당의 위기’ 진단
“우파 넘어 한국적보수 실천하고, 2030 사로잡아야”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으로 쪼개지고 갈라진 보수진영. 반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고공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진영 인사를 향한 사정칼날에 맞서, 이들은 ‘재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데일리안은 2017년이 저무는 지금, 보수의 위기배경과 민심 그리고 보수가 나갈 방향을 제시해 본다.
보수 진영이 몰락 위기에 처했다는 비관론이 잇따른다. 정치권은 보수대통합과 재건 의지를 내놓고 있지만 구심점과 방향성은 여전히 모호하다. ‘개혁 보수’를 표방한 구호는 많지만 이에 응답하는 민심은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한국 보수의 위기 원인은 모자란 보수주의 이념과 철학의 빈곤에 있다고 진단한다. 무의미한 정파 투쟁에서 벗어나 국가를 올바르게 이끌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이에 따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고민·쇄신만이 민심을 사는 길
윤평중 한신대 철학 교수는 오늘날 보수가 위기를 맞은 근본 원인에 대해 “주류 보수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워 왔지만 그들의 실제 행태는 건강한 자유주의도 아니고 성숙한 민주주의도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보수의 위기를 보수 부활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자유민주주의의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며 “한국 보수는 사회세력으로서 보수 우익의 한계를 넘어 이념과 철학을 갖춘 한국 보수주의로 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보수가 스스로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각고의 노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오늘의 위기가 장기화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그것이 보수 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두고 ‘얼마 못 간다’ 취지의 발언들을 내놔 파문을 일으켰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발전을 실천하기보다 현 정부의 실책만을 기대하는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2030 흡수하는 새로운 정치감각 절실”
견고한 보수층의 표를 붙잡으면 어떻게든 생존할 수 있다는 구시대적인 선거 공식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뤄낸 박정희 시대의 가치는 한국 보수의 주요한 원동력이 됐지만, 이제는 많은 시간이 흘렀고 투표권을 지닌 젊은 세대가 절감하는 현실의 문제도 크게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 소통을 대폭 늘려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현 2030세대는 보수·진보 대결의 승부를 결정할 막강한 위력을 갖추고 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의 확산력이 극대화된 시대에서 ‘가식’으로 여겨졌던 ‘쇼’와 ‘이미지 메이킹’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온라인 여론은 명백히 현실을 왜곡하지만 파장력은 엄청나다”는 한 교수의 비판은 ‘점잖은 보수’에 충고가 된다.
보수 정신의 위기 아닌 보수 정당의 위기
“보수가 무슨 위기야, 정당이 정치에 실패해서 정권을 빼앗긴 것이지”라고 운을 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정파적인 실각이 있었을 뿐, 오늘날 보수의 이념과 가치는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조동근 교수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위기가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도 위기가 아니듯이 보수의 가치는 건재하다”며 “우리나라 개인들이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가치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나서서 호루라기를 불고 경제가 잘 안돌아가는 것을 직접 목도하는 것, 솥뚜껑에 손을 데어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되겠지”라는 조 교수의 말에는 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위기의식이 내포돼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