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박병원 경총 회장 "기업 돈 벌게 해줘야 일자리 창출도 가능"
"새 정부 일자리 창출 개선 조짐 없어" 쓴소리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새해를 맞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내놓았다. 기업이 돈을 벌게 해줘야 투자를 하고, 투자를 해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데 그런 선순환을 저해하는 정책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28일 신년사를 통해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 면에서 개선의 조짐이 없다”면서 11월 공식 청년실업률은 동월 기준 역대 최고인 9.2%였고, 체감 실업률도 21.4%에 달해 104만명의 청년이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일자리는 모름지기 기업이 투자를 할 때 생긴다. 개인도 기업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만 투자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심지어는 국민연금도 투자자금을 공급하지 않는다. 기업은 경쟁력이 있을 때만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내수만 보면 거의 모든 산업이 공급과잉, 과당경쟁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문제를 수출로 해결해 오던 제조업에서 이제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반도체도 2~3년이 고작일 것이라고 한다”고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서비스산업의 혁신에서도 중국이 추격을 시작했고, 소위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전선에서는 처음부터 중국에 뒤지고 있는 형국이라는 점도 언급한 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스스로를 자승자박하는 과잉규제 때문이라는 것이 더욱 아프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하지 못 했던 사업에서 투자를 일으켜야 고용창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규제혁파 없이는 일자리 창출도 없다”면서 “과거 모든 정부가 규제혁파를, 네거티브 규제를 약속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그 결과 신성장동력 창출과 일자리 만들기에 실패한 것을 치열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박 회장은 ‘법을 고치지 않고도 가능한 규제완화라도 해 보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말을 거론하며 “이해는 가지만 그 정도로는 안된다. 적어도 ‘중국에서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수준의 규제혁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 주도의 성장, 혁신성장도 좋지만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별로 혁신적이 아니라도 가리지 않고 다 가능하게 하는 ‘무차별 투자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착수해도 현 정부 임기 중에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경직적인 노동시장 규제의 일차적 피해자는 미취업청년과 영세기업의 근로자들”이라며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초과근무를 많이 하는 근로자는 소득이 15.2% 감소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임금수준이 높지 않은 근로자들이 이런 소득 감소를 감내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가 협의해서 근로자의 소득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속도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좀 더 탄력적으로 허용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기업들에 대해서도 경직적 호봉제의 직무·성과급제 전환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연봉 4000만원이 넘는 최저임금 대상자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는 호봉제를 바꾸지 않은 경영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경총은 앞으로 디지털 모바일 근로환경이 고도화됨에 따라 필요하게 될 합리적인 노동 법제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올해는 모든 노사정 모두의 화합된 힘을 모아 우리에게 최고의 가치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큰 진전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며 신년사를 마쳤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