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유해진 "마성의 남자? 친근함 덕이죠"
영화 '레슬러'서 귀보 역 맡아
"최선을 다하며 연기하려 노력"
영화 '레슬러'서 귀보 역 맡아
"최선을 다하며 연기하려 노력"
'마성의 남자', '믿고 보는 배우'. 배우 유해진(48) 앞에 붙는 수식어다. 강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구수한 입담과 친근한 매력은 대중을 사로잡는다.
1997년 영화 '블랙잭'으로 데뷔한 그는 '공공의 적2'(2005), '국경의 남쪽'(2006), '타짜'(2006), '이장과 군수'(2007),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소수의견'(2015) '극비수사'(2015), '베테랑'(2015), '그놈이다'(2015), '럭키'(2016), '공조'(2017), '택시운전사'(2017), '1987'(2017)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최근 선보인 작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흥행 배우로도 자리 잡았다. 이번에는 스무 살 아들을 홀로 키우는 주부 9단 귀보 역을 맡아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 '레슬러'(감독 김대웅)를 통해서다.
'레슬러'는 아들 뒷바라지가 유일한 낙인 왕년의 레슬러 귀보(유해진)와 레슬링 유망주인 아들 성웅(김민재) 부자가 윗집 가족과 엮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가족애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이지만 성웅의 친구 가영(이성경)이 귀보를 짝사랑한다는 설정이 불편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5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유해진은 "귀보에 대한 가영의 마음은 순수한 짝사랑"이라며 "누구나 겪어 봤을 법한 어린 시절의 마음이라고 보면 된다"고 극 설정을 해석했다. 이어 "주된 이야기가 가영의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직 레슬러 역할을 위해 레슬링의 기본기를 다진 그는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며 "액션 연습과 다르게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영화 속 레슬링은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 화합의 소재가 된다. "마음에 들었던 설정이었죠. 살과 살이 부딪치면서 서로 싸우고 화해하잖아요. 후반부에 감정이 극대화될 때 성웅이와 레슬링 하는 장면이 가장 중요했죠. 성웅이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민재와 자주 얘기했어요. 그 장면이 어떻게 담길까도 궁금했고요."
스무 살 아들을 둔 아빠 역할은 처음이다. 지난날을 떠올린 그는 "난 부모님 속을 많이 상해게 한 아들인 것 같다"며 "반항도 많이 했고, 걱정도 많이 끼쳤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부모님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모든 자식이 그렇듯이 저도 후회해요. 부모님 살아계실 때 더 잘할 걸 그랬죠. 귀보를 제연기하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어요. 제가 아빠라면요? 음...극 중 성웅이 같은 아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됐어요. 그런 얘기가 점점 저와는 상관없는 얘기가 되는 것도 같고, 기분이 우울했다가 다시 좋아지기도 해요. 이런 저런 생각도 들고 감정 기복이 심해져요. 하하."
아들 역의 김민재와의 호흡을 묻자 "세대 차이를 느낄까 봐 걱정했는데 소통이 잘 됐다"며 "민재는 나이보다 성숙한 친구"라고 했다. "민재랑 저랑 닮지 않았어요? 하하. 민재는 든든해요. 후배가 선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선배 입장에서도 불편하거든요. 민재는 예의를 지키면서 다가와 줬어요. 호흡이 최고였죠. '레슬러'가 민재의 첫 영화인데 좋은 기억으로 남을 만한 작품이 됐으면 해요."
그러면서 유해진은 "어떻게 하면 후배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 아랫사람을 둔 부장님의 고민과 비슷할 듯하다"고 웃었다.
김민재에게 '레슬러'가 중요한 작품이었듯, 유해진에게도 그런 작품이 있다. 2001년 개봉한 '무사'다. 안성기, 정우성, 주진모, 장쯔이 주연작으로 유해진은 극 중 도충 역을 맡았다. 의욕에 불탔던 그는 액션 스쿨에 다니며 액션 연습에 매진했고, 사막에서 촬영하며 영화가 세상에 나오길 기다렸다. 너무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기억이다. "그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안성기 선배님이 이러셨죠. '영화는 기다리는 작업인데, 잘 참아야 한다'고요. 공백기 때 겪은 경험도 말씀해주셨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선배님 말씀을 듣고 공백기 때 그냥 시간을 보내지 않고, 뭐라고 하려고 애썼죠."
유해진과 관련된 기사에는 호의적인 댓글이 넘쳐난다. 대중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활짝 웃은 그는 "그건 모른다"며 "많은 분이 날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 '삼시세끼'의 영향도 컸고, 작품 속 캐릭터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무언가 허술한 듯한 매력이 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해진은 또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여야 하는 부담도 느끼고, 점점 책임감도 커진다"며 "현장에서 최선을 다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따로 연기 원칙을 세우지 않아요. 세웠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더군요. 대중을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만한 작품을 선보여야죠."
딱 봤을 때 감탄한 배우는 라미란이다. "'국제시장'에서 춤추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진짜 우리 고모가 추는 막춤을 추더군요. 이래서 라미란이구나 싶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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