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은 눈물' 장현수 만큼 힘들었던 김영권
독일전 결승골...장현수 대신 들어온 윤영선과 안정적인 호흡
경기 후 인터뷰서 지난 4년의 마음고생으로 맺힌 눈물 쏟아
독일의 골문을 열어젖힌 ‘수비수’ 김영권(28·광저우에버그란데)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쏟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김영권-손흥민 골에 힘입어 독일(FIFA랭킹 1위)을 2-0으로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월드컵 사상 첫 독일전 승리다.
실망스러운 경기력, 팬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감독의 발언, 축구 협회를 향한 팬들의 불신이 어우러져 월드컵 준비 기간부터 숱한 비난에 휩싸였던 신태용호는 독일이라는 거함을 물리치고 역대급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귀국길을 걱정해야 했던 경기 전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그 중심에는 독일전에서 탄탄한 수비와 극적인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 김영권이 있다.
그동안 중앙 수비 호흡을 이뤘던 장현수가 포지션을 바꾸는 탓에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새 파트너’ 윤영선과 함께 하는 위험부담 속에도 수비라인을 리드하며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독일의 슈팅 타이밍과 방향을 간파했고,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 방어도 보여줬다.
‘MOM’으로 선정된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이 있어 무실점이 가능했지만 독일전에서 보여준 수비라인의 안정감은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 비해 한층 안정됐다. 그리고 이것이 대이변의 밑거름이 됐다.
더 강렬했던 순간은 역시 골을 터뜨린 장면이다. 0-0 맞선 후반 추가시간 세트 피스에서 공격에 가담한 김영권은 박스 안쪽으로 흐른 공을 차 노이어 골키퍼를 통과해 골문을 갈랐다.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지만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김영권의 골을 인정했고, 대표팀 선수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 손흥민의 쐐기골도 있었지만 김영권의 탄탄한 수비와 선제 결승골은 독일전 승리에서 첫 손에 꼽을 만했다.
김영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 뒤 “4년 동안 정말 힘들었는데 러시아월드컵에서 그 힘들었던 것이 조금이나마 덜어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니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는 김영권이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치명적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장현수 만큼이나 마음고생이 심했던 수비수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거센 비난을 들어야 했던 김영권은 주축 수비수로 입지를 다졌지만, 크고 작은 실수로 자주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8월 이란전에서는 인터뷰 중 그라운드에서 소통에 대해 말하다가 “관중들 응원 소리 때문에..”라는 실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소속팀 광저우 에버그란데에서도 출전 횟수가 줄어들며 신태용호 승선이 어려워 보였던 시기도 있었다. 김민재가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최종 엔트리에 합류하면서 축구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진가를 입증하며 돌아선 팬심을 점차 끌어왔고, 대반전을 일으킨 독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날려버렸다. 김영권이 쏟은 눈물에 그간 메말랐던 한국 축구팬들의 가슴도 모처럼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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