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훈풍, 스크린은 어떨까…'인랑'·'공작'
여름 성수기 시즌 개봉
톱스타·유명 감독 참여
여름 성수기 시즌 개봉
톱스타·유명 감독 합류
"남북관계가 이렇게 빨리 급진전할 줄 몰랐습니다."
김지운 감독과 윤종빈 감독은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은 남북관계를 다룬 '인랑'과 '공작'을 올여름 극장가에 내놓는다. 두 영화는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남북관계를 담는다. 장르는 SF 액션과 첩보극이다.
두 영화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전에 찍은 작품이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하리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했다. 감독, 배우들 모두 이런 상황에 놀라워하고 있다.
25일 개봉 예정인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 원작, 오키우라 히로유키 연출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뒤 반통일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한 2029년을 배경으로 했다.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 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다.
'밀정'(2016), '악마를 보았다'(201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이 연출했다. 배우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 최민호, 김무열 등 호화 라인업을 자랑하는 게 특징이다.
김 감독은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시나리오를 쓸 때만 해도 통일은 SF 적인 일이었다"며 "이렇게 빨리 (남북관계가) 진전될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다.
이어 "세상이 바뀌는 게 지도자 한 분만 바뀌어서 되는 게 아니다. 통일은 민족의 염원이자 과업이지만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연출 의도에 대해선 "분단이 고착된 구조에서 이익을 보거나 권력을 행사하는 세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옳은 길,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데 청산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런 세력과 대결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상상했고, 그런 영화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인랑'"이라고 밝혔다.
사회 이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해온 정우성은 최근 남북관계 진전과 관련해 "현실이 이렇게 벌어지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상상력의 범주에 속하는 이야기였는데 현실이 상상력을 앞서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에서 '통일준비위원회'라는 조직이 등장하는데 이런 게 현실에서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과 기대가 펼쳐지는 시대"라며 "영화는 불확실한 한반도에 대한 얘기다. 영화 속 혼돈의 시기가 현실에서 펼쳐질 거란 불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8월 8일 개봉할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최초로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측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 간의 첩보전을 그린다. '범죄와의 전쟁', '군도:민란의 시대'를 만든 윤종빈 감독이 연출했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이 나온다.
충무로에선 남으로 내려온 북의 공작원, 일명 남파 간첩이 소재가 된 적은 있으나, 북으로 잠입한 남측의 스파이를 본격적으로 그린 영화는 없었다. '공작'은 실제 남과 북 사이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처음으로 건드렸다.
'공작'의 타임라인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남북관계가 북핵 이슈로 전쟁 직전의 긴장감으로 치달았던 때부터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시기까지를 아우른다.
'공작' 측은 "영화는 일제 식민 통치엥서 해방된 후 한국 현대사의 기본 틀을 규정한 분단시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며 "남과 북 사이에 적국으로서 실재했던 긴장감과 같은 민족으로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을 담아 분단 현실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진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에 대해 윤 감독은 "(남북정상회담은) 굉장히 감동적이었고, 뭉클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합의한 대로 잘 이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공작'은 지난 20년간 남북 관계를 반추해볼 수 있는 영화"라며 "영화를 보시고, 현재 한반도의 상황이나 앞으로의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공존과 화해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인공 박석영(암호명 흑금성) 역을 맡은 황정민은 "(남북관계가) 이렇게 급진전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했는데, 상황이 좋아져서 안도했다"며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기분 좋게 봐주실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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