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원필 '사랑병동'...필터 없이 마주한 상실감 [MV 리플레이 ㉛]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4.01 14:50  수정 2026.04.01 14:52

사랑이라는 외피를 빌려 쏟아낸 상실감, 완벽주의의 병동을 탈출하다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데이식스(DAY6) 원필이 지난달 30일 미니 1집 '언필터드'(Unpiltered)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사랑병동'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원필 본연의 상태를 담아낸 영상은 빛을 절제한 연출과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조화롭게 담아냈다.


ⓒ원필 '사랑병동' 뮤직비디오
줄거리


뮤직비디오는 원필이 수리점에 방문해 심장 모양의 고철을 내밀며 고쳐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원필은 지지직거리는 TV만 켜진 어두운 방안에 폐인처럼 누워 괴로워하고 있다. 술에 취해 방안의 물건을 때려 부수고 소리를 지르며 울분을 토하던 그는 급기야 길거리를 달리다가 쓰러진다.


결국 차에 치여 병원으로 실려 간 원필의 눈앞에는 거꾸로 뒤집힌 세상 속에서 옛 연인과 행복했던 한때가 환상처럼 지나간다. 이어 눈발이 날리는 고립된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는 원필은 "날 구해줘, 날 꺼내줘"라는 가사를 절규하듯 내뱉는다. 영상은 자신의 심장이 도려내진 채 처음 수리점에 들고 갔던 고철 심장을 공허하게 바라보는 원필을 비추며 끝인 난다.


해석


단순히 겉만 보면 연인과의 이별이 메인 주제 같지만, 사실 사랑은 노래를 이어나가기 위한 매개체일 뿐 그 속의 내용은 뮤지션으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내면의 상실감을 담고 있다. 원필은 인터뷰를 통해 전역 후 팀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며 느낀 음악적 책임감과 부담감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음을 고백했다.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개인적인 아픔을 가사에 직접 담기 어려워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뮤직비디오 속 고철 심장은 고쳐지지 않는 마음의 짐과 상실감을 상징하며, 이를 도려내고 마주하는 과정은 아티스트가 숨겨두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털어내는 '해소의 장치'가 된다. 즉, '사랑병동'은 스스로를 가뒀던 완벽주의와 심리적 압박에서 탈피하려는 원필의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원필 '사랑병동' 뮤직비디오
총평


정규 1집 '필모그래피'(Pilmography)가 다정한 온도의 힐링을 전했다면, 이번 타이틀곡은 거친 질감의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원필의 가장 어둡고 솔직한 단면을 드러낸다. 뮤직비디오 속 상처 입은 내면 연기는 팬들의 걱정을 살 만큼 파격적이지만, 이는 "언제나 좋은 사람일 수만은 없다"는 인간 원필의 솔직한 고백이기도 하다. 평소 감정을 안으로 삭이는 편이라 말했던 그가 음악이라는 창구를 통해 필터를 거치지 않은 진심을 터뜨렸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원필 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발라드 감성을 기대했던 리스너들에게는 이번의 강렬한 사운드와 자기 파괴적인 연출이 다소 생소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마음의 짐을 털어내기 위해 선택한 이 정공법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시킨다.


한줄평


아프지만 그 누구보다 솔직한 원필의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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