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스, 결합형 매장으로 반격…치열해지는 H&B숍 생존경쟁
"상이한 매장 합쳐서 차별화"…롭스·롯데슈퍼 융합매장 등장
내수침체와 경쟁 심화로 H&B숍 위기감 고조…생존경쟁 '각축전'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가운데 롯데그룹의 '롭스'가 새로운 출점 전략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내수침체와 경쟁 브랜드의 증가로 H&B스토어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올리브영·랄라블라와 격차를 줄일 롭스의 향후 타개책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일 롯데그룹은 경기 시흥시에 기업형 슈퍼마켓 '롯데슈퍼'와 H&B 스토어 '롭스'를 융합한 매장인 '롯데슈퍼 with 롭스' 1호점을 열었다. 이는 장보기에 최적화된 약 1000㎡ 롯데슈퍼 매장에 롭스를 결합한 매장으로, 슈퍼마켓 상품을 일부 줄이는 대신 헬스·뷰티 및 단독상품 4200여개를 도입했다.
스틱형 과일이나 밀키트, 즉석식품 등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식품 카테고리를 늘리고, 전통주나 위스키 대신 와인과 사케, 크래프트 비어 등 최근 호응이 높은 상품을 강화했다.
또 '스틸라'나 '부르주아' 등 롭스만의 카테고리 킬러 아이템과 기능별 스킨케어 존을 구성해 손쉽게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제품을 자유롭게 미리 써볼 수 있는 '메이크업 바'를 배치했다. 롯데 측은 이 매장으로 40~50대 기존 고객과 20~30대 신규 고객을 모두 만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강종현 롯데슈퍼 대표는 "글로벌 유통시장은 구시대적 기준을 초월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며 "롯데슈퍼도 슈퍼마켓 1위 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협업'과 '혁신'으로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진행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슈퍼는 이번 1호점 매장을 시작으로 롭스와의 하이브리드 매장을 지속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2~3개월간의 테스트 운영으로 하이브리드 매장의 틀을 완성하고, 이후 별도의 신규 브랜드명(가칭 '롯데샵')으로 본격 출사표를 낼 예정이다.
이처럼 롯데가 상이한 업체의 '융합형 매장'을 출점한 것은 내수 악화와 유통환경 변화로 관련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슈퍼마켓 시장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매출이 12.7% 성장하며 고속 성장했지만 2012년 이후 증가세가 꺾였다.
H&B스토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10~20대 소비자의 호응으로 2014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했으나, 그만큼 점포수도 빠르게 늘면서 최근 시장포화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트 '부츠'나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 등 후발주자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H&B스토어의 위기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에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은 올해들어 출점속도를 줄이는 대신 상권별 특성에 맞는 특화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GS리테일의 랄라블라(구 왓슨스)도 지난 3월 브랜드명을 바꾸고 매장내 택배 서비스 등을 도입하는 등 업계 선두의 차별화 전략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국내 H&B스토어 중에선 랄라블라, 롭스가 각각 2·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전국에 약 1050개 매장을 두고 있는 올리브영과는 점포 수와 시장 점유율 등에서 격차가 크다. 업계에 따르면 H&B스토어 시장 점유율은 올리브영(64.8%), 랄라블라(15%), 롭스(8%) 순이다.
선우영 롭스 대표는 지난 1월 취임 일성으로 연내 점포 50개 추가, 매출 50% 성장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96개였던 롭스 매장은 6개월 만인 이달 초까지 불과 11개 증가하는 데 그친 107개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 안에 목표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다만 롯데그룹이 '롯데슈퍼 with 롭스'처럼 계열사간 결합매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라 향후 신규 출점에도 가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롭스 관계자는 "롭스 단독매장 출점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롯데슈퍼와의 결합매장은 새로운 시도로 봐주시면 좋겠다"며 "롭스가 롯데슈퍼 외에도 다른 계열사와 결합매장을 낼지 등은 확정된 바 없지만 이번 테스트 매장이 어느정도 성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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