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유족 "보훈보상대상자 인정" 보훈청에 제기한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
법원 "심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부담이 원인…재해사망군경에 해당"
부대 전입 닷새만에 목숨을 끊은 신병에 대해 법원이 수십년 만에 가혹행위가 원인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고인은 22년만에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게 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자대 배치 5일 만에 자살한 이모 이병 유족이 “보훈보상 대상자로 선정해달라”며 서울지방보훈청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씨의 자살은 심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 부담 등 정서적 불안요소가 가중되며 자유로운 의사가 제한된 상태에서 이뤄진 행위였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유족 요청에 따라 이뤄진 2014년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조사 결과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신병들이 내무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일부 고참병들이 신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임병들에게 머리박기를 시키는 등 질책을 가해 이를 목격한 이씨로 하여금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고 판결문을 통해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씨 동기들은 이씨가 내성적이어서 말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항상 성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잘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당시 일병 정모씨는 이씨가 신병 중 제일 뛰어나 보였다고도 했다"며 "이런 진술 내용 등에 비춰보면 이씨가 군에 입대하기 전 또는 입대하면서부터 자살을 결심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는 사망 당일 오전 암기사항을 제대로 못 외웠다고 질책을 받았고, 경계근무를 하는 동안 상병 김모씨로부터 수시로 점검 전화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4시50분께 목숨을 끊었다"면서 "이런 여러가지 사정에 비춰보면 이씨는 보훈보상대상법상 재해사망군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96년 공군에 입대한 이씨는 모 훈련비행단 헌병대대에 배치돼 경비병으로 근무했다. 그는 자대 배치 5일 만에 경계근무 도중 목을 매 자살했다. 사망 당시 이씨 팔에는 암기를 위해 지휘관 관등성명과 차량번호 등을 적어 놓은 흔적이 발견됐다. 이씨는 약 200명에 달하는 지휘관·참모의 성명, 차량번호 등을 암기하는 데 상당한 부당감을 느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의 사망을 ‘일반 사망’으로 분류했던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지난 2014년 이뤄진 유족의 재심사 청구를 받아들여 올해 ‘순직’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유족은 비정상적인 암기사항 강요 및 미숙지로 인한 질책 등 선임병들의 가혹행위가 아들의 사망원인이라며 지난해 10월 보훈보상대상자 등록 신청을 했고, 올해 2월 "군 내부적인 부조리 등에 의해 자해 사망했다고 인정할만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보훈청으로부터 비해당 결정이 나오자 이같은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