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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은 버린다' 아스날에 내려온 에메리 마법


입력 2018.12.05 00:15 수정 2018.12.05 06:56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아스날에서 후반전 마법을 선보이는 에메리 감독. ⓒ 게티이미지

아스날에 전반전은 어떤 의미일까. 아스날은 올 시즌 전반에 이기는 경기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후반에는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참으로 독특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앞두고 아스날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비관적이었다. 22년 동안 아스날에서 장기 집권한 아르센 벵거 시대가 막을 내리고,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가장 최근 사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 보더라도 아스날의 시행착오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스날은 시즌 3분의 1을 지난 시점에서 당당하게 빅4 위치에 올라있다. 이토록 뛰어난 성적을 거둔 원동력은 단연 에메리 감독의 지도력을 꼽을 수 있다.

에메리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기용이나 전술 실패를 인정하는 즉시, 곧바로 수정 보완하는데 있다. 경기 흐름의 맥을 잘 짚어내고, 빠른 피드백, 과감한 결단력, 그리고 유연한 전술 변화, 선수 교체를 통해 흐름을 뒤바꾸며 승리를 쟁취한다.

아스날은 지난 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18-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북런던 더비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날 에메리 감독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최근 토트넘이 다이아몬드 4-4-2 전술을 가동해 첼시와 인터 밀란전에서 연승을 거뒀다.

에메리 감독은 이 점을 착안해 스리백 카드로 응수했다. 지난 본머스전에서도 상대의 투톱 전술과 역동적인 플레이에 대응하기 위해 3-4-3을 가동한 바 있는데, 토트넘의 많은 활동량과 전방 압박을 대비한 처사다. 또, 포백 전술에서는 약하지만 스리백의 왼쪽 윙백으로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아드 콜라시나츠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에메리 감독은 오히려 전방 압박으로 하여금 토트넘이 하프 라인 위에서 압박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했다. 때마침 빌드업이 뛰어난 센터백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결장으로 토트넘은 후방에서 수많은 패스 미스를 남발했다.

아스날은 평소보다 높은 강도와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가하며, 토트넘의 기초 빌드업을 무력화시킨 뒤 재빠르게 공격으로 이어나갔다. 루카스 토레이라가 델리 알리를 집중 견제하며 지워버렸고, 좌우 윙백 콜라시나츠와 베예린은 활발하게 토트넘 측면 공략에 나섰다.

아스날은 전반 10분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하는 등 경기를 지배했지만 전반 30분 에릭 다이어, 전반 34분 해리 케인에게 연달아 실점하며 분위기가 침체되기 시작했다.

이에 에메리 감독은 두 명의 윙포워드 알렉스 이워비, 헨릭 미키타리안을 과감하게 불러들이고, 아론 램지와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를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했다.

라카제트를 오바메양과 함께 투톱으로 포진했으며, 램지에게 No.10 롤을 맡기는 3-4-1-2 포메이션으로 변화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오바메양과 라카제트가 각각 좌,우 측면으로 활동반경을 넓힐 때 램지가 중앙 공간으로 쉴 새 없이 침투를 감행했다. 후반 11분 엑토르 베예린의 전진 패스가 투입될 때 램지는 빈 공간으로 침투한 뒤 빠르게 패스를 배달했고, 오바메양이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토레이라는 말 그대로 델리 알리는 지워버렸다. ⓒ 게티이미지

다급해진 포체티노 감독은 다이어를 센터백으로 내리며 스리백으로 전환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후반 29분 램지는 후안 포이스를 타이트하게 압박하며 공을 탈취했고, 램지의 패스를 받은 라카제트가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3분 뒤에는 오바메양의 패스를 받은 루카스 토레이라가 쐐기골을 작렬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교체 투입된 램지는 2도움을, 라카제트는 결승골로 에메리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에메리 감독의 마법은 비단 토트넘전뿐만 아니다. 아스날은 올 시즌 리그 14경기를 치르면서 전반에 리드한 채 종료한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다. 전반전 45분의 성적만 놓고 보면 10무 4패(승점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언제나 웃는 쪽은 아스날이다. 아스날은 14라운드 현재 9승 3무 2패(승점 30)을 기록 중이다.

심지어 두 차례의 패배는 시즌 초반 맨체스터 시티(0-2패), 첼시(2-3패)와의 2연전에서 나왔다. 에메리의 아스날은 이후 공식 대회 19경기 연속 무패를 질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실패와 실험을 반복하며 얻어낸 결과물이라 더욱 값지다. 지금까지 에메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플랜 A로 활용했지만 상황에 따라 4-4-2, 3-4-3을 혼용했고, 이번 토트넘과의 후반전에서는 처음으로 3-4-1-2를 가동하며 승점 3을 챙겼다.

특히 올 시즌 후반 교체된 선수가 무려 총 15개의 공격 포인트(8골 7도움)을 올렸다. 첼시(7골 4도움), 레스터 시티(3골 3도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물론 전반에 리드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후반에는 좀 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하며 다음 경기까지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아스날은 포스트 벵거 시대를 준비하는 팀이다. 지난 2시즌 동안 빅4에 실패하며 유로파리그로 밀려났다. 프리미어리그 첫 번째 시즌을 경험하고 있는 에메리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스쿼드를 구축하지 못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가운데 맨체스터 시티(43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공격력(32득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공격적이고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올 시즌 아스날의 최대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복귀다. 전반전을 승리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시킨다면 아스날은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지도 모른다.


# 아스날, 2018/19시즌 프리미어리그 전반전-최종 결과 성적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1라운드(홈)
전반 결과 : 0-1 패
최종 결과 : 0-2 패

아스날 vs 첼시 2라운드(원정)
전반 결과 : 2-2 무
최종 결과 : 2-3 패

아스날 vs 웨스트햄 3라운드(홈)
전반 결과 : 1-1 무
최종 결과 : 3-1 승

​아스날 vs 카디프시티 4라운드(원정)
전반 결과 : 1-1 무
최종 결과 : 3-2 승

아스날 vs 뉴캐슬 5라운드(원정)
전반 결과 : 0-0 무
최종 결과 : 2-1 승

아스날 vs 에버턴 6라운드(홈)
전반 결과 : 0-0 무
최종 결과 : 2-0 승

아스날 vs 왓포드 7라운드(홈)
전반 결과 : 0-0 무
최종 결과 : 2-0 승

아스날 vs 풀럼 8라운드(원정)
전반 결과 : 1-1 무
최종 결과 : 5-1 승

아스날 vs 레스터 시티 9라운드(홈)
전반 결과 : 1-1 무
최종 결과 : 3-1 승

아스날 vs 크리스탈 팰리스 10라운드(원정)
전반 결과 : 0-1 패
최종 결과 : 2-2 무

아스날 vs 리버풀 11라운드(홈)
전반 결과 : 0-0 무
최종 결과 : 1-1 무

아스날 vs 울버햄턴 12라운드(홈)
전반 결과 : 0-1 패
최종 결과 : 1-1 무

아스날 vs 본머스 13라운드(원정)
전반 결과 : 1-1 무
최종 결과 : 2-1 승

아스날 vs 토트넘 14라운드(홈)
전반 결과 : 1-2 패
최종 결과 : 4-2 승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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