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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람들, 자기 돈으로 월급 줘본 사람들 아냐"


입력 2019.01.09 02:00 수정 2019.01.09 08:21        정도원 기자

손학규, 민생현장탐방 재개…세운대림상가 찾아

상인들, 2018년 가리켜 "××년"…팍팍함만 가득

손학규, 민생현장탐방 재개…세운대림상가 찾아
상인, 2018년 가리켜 "××년"…팍팍함만 가득


하태경 바른미래당 수석최고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청계천 세운대림상가 관리회사 사무실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하태경 최고위원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을 향해 "자기 돈으로 월급 줘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고 일갈하자, 모여앉은 상가 상인들 사이에서는 "맞아", "그러니까"라는 추임새가 절로 터져나왔다. ⓒ바른미래당

청와대 인사개편이 있던 8일, 다시 급감하던 기온만큼이나 서민경제의 현장에는 냉기만 감돌았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 청와대 경제정책 실험의 향연이었던 지난 2018년을 상인들은 거침없이 "××년"이라고 불렀다. 이날 물러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뒤통수에 작렬한 "자기 돈으로 일해서 월급 줘본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에는 "맞아", "그러니까"라는 추임새가 절로 달렸다.

"경기 좋지 않아 직원 쓰다가 나 혼자 일한다
장사가 안돼 바쁘지도 않다"…손학규, 쓴웃음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하태경 최고위원, 김삼화 수석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청계천 세운대림상가를 찾아 상인들로부터 현장의 고충을 전해듣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새해를 맞아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하는 현장 정책간담회를 재개했다. 손 대표는 이날 하태경 최고위원, 김삼화·최도자 의원, 황한웅 전국직능위원장과 함께 청계천 세운대림상가를 찾았다.

금영엔터테인먼트 ○○음향 점주는 "새로 문을 여는 노래방이 없어 노래방 기기가 팔리지가 않는다"며 "문 닫는데가 100이라면 문 여는 데는 20"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직원을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출혈이 되더라도 4명은 데리고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점주와 직원 4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PDP·LCD·빔프로젝터를 취급하는 ◇◇전자는 사장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아 직원을 쓰다가 나 혼자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놀란 손 대표의 "혼자 어떻게 하느냐"는 말에 사장은 씁쓸하게 웃으며 "요즘은 장사가 (안 돼서) 그닥 바쁘지도 않다"고 답했다.

TJ미디어 □□일렉 사장은 손 대표를 보자 "2018년은 정말 최악이었다"라며 "에라, ××년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일갈했다. 그러더니 "대표가 말한 '저녁 있는 삶'이 오면 1차 호프, 2차로 노래방 가는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전혀 사람이 없지 않느냐"고 타박했다.

평소 "내가 말했던 '저녁 있는 삶'은 이런 게 아니다"라고 청와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오던 손 대표는 정부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상인과 굳이 논쟁하지 않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다음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1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들른 △△CCTV는 백발에 '브로콜리 헤어스타일'을 한 여사장이 지키고 있었다. 그는 손 대표를 보자마자 "아주 죽겠다. 뭐가 좀 잘됐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손 대표가 "힘드시겠지만, 어렵지만 힘내시라"고 두 손을 맞잡고 격려하자, 여사장은 "나이는 먹었지만 열심히 지지해드리겠다"고 화답했다. 새해 벽두부터 손 대표가 찾아준 게 그저 고마운 듯 그는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가게 문밖까지 나와, 손 대표의 차가 멀어질 때까지 배웅 인사를 했다.

"설렁탕값 2년간 30% 올린다면 누가 사먹느냐"
하태경 "靑, 일해서 월급 줘본 적 없는 사람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청계천 세운대림상가 현장방문 도중 상인의 안내를 받으며 아케이드게임기를 시연해보고 있다. 이날 손 대표는 시장 상인들로부터 게임기 규제와 심의 관련한 민원을 전달받았다. ⓒ바른미래당

이 모든 현장의 어려움과 하소연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상가 현장방문에 앞서 관리회사 사무소에서 열린 상인간담회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성토가 터져나왔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동네 설렁탕값을 2년 동안 30% 올렸다면 사먹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최저임금을 2년 동안 자그마치 30% 가까이 올렸으니 어떻게 견뎌내겠느냐.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최윤식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은 "주휴수당은 65년 전부터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었는데 왜 없던 법이 생긴 것처럼 그러느냐고 하더라"며 "1953년 근로기준법에 있던 주휴수당은 1986년 최저임금법을 시행할 때 시행규칙 별첨표에 딱 한 줄 들어갔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은 최저임금법도, 시행령도 아니고, 시행규칙의 별첨표까지 봐야 주휴수당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피부에 와닿는 것은 이제사"라고 호소했다.

상인들의 문제제기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청와대에서 대통령 비서진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나와 나이대가 비슷한 옛날에 학생운동하던 세대"라며 "오늘 나간다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포함해서 그 사람들 특징이 일해서 자기 돈으로 월급 줘본 사람들이 아니다. 데모해서 남의 것 가져오는 것은 잘하지만 성실하게 부를 일궈본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월급 주는 것 하나하나가 대단한 책임감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그런 어려움과 고뇌를 하나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하 최고위원의 부연에, 모여앉은 시장 상인들은 "맞아", "그러니까"라며 절로 탄식을 쏟아냈다.

손학규 대표는 "올라오는데 엘리베이터 옆 조그만 구멍가게 아주머니가 바로 하는 말이 '장사가 너무 안돼요, 살게 좀 해주세요'"라며 "'안녕하시느냐,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는 말도 없더라"고 팍팍해진 민생을 걱정했다.

이어 "2017년 12월말과 2019년 1월초, 불과 1년과 하루이틀 사이에 최저임금이 29% 올라서 1만30원이 됐다"며 "광화문대통령 공약은 안되겠다며 고치는데, 최저임금 1만 원은 우리 경제 자체가 뒤집어질 일인데 유예하자고 해도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정부가 전날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것을 가리켜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어제 최저임금 인상 제도를 바꿔서 이원화를 하겠단다"며 "다 망하고 깨진 그릇에 뭘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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