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가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손실로 인해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입었다. 최근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제마진 악화로 올 1분기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4분기 총 영업손실액은 약 1조13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연간 영업이익 8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던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악화에 직격탄을 맞아 연간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추락했다.
국내 정유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0월 초 배럴당 84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고 연말에는 49달러까지 폭락했다. 정유사는 통상 2~3개월 전 구매한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미리 사둔 원유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본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꼴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급등락을 보인 국제유가는 올 들어 60달러선으로 안정화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정유사는 지난해 4분기와 반대로 재고평가이익이 기대된다.
문제는 수익성의 핵심 잣대인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 및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평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5달러로 나타났다. 국내 정유사 손익분기점(4~5달러)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지면 제품을 생산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로,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휘발유 마진은 각 지역에서 0달러대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더 심각한 수준이다. 견조한 휘발유 수요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정유사들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함에 따라 공급이 늘어 재고가 더 쌓이고 있어서다.
다만 정유업계는 올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개선되는 ‘상저하고’를 전망하고 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황 함유량 규제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선박용 경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보다 국제유가가 올라 재고평가이익이 일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정제마진은 지난해 4분기보다 오히려 악화됐다”며 “지난해 98%에 육박하던 미국 정유사의 가동률이 최근 90% 초반으로 떨어졌고, 아시아 정유 공장의 정기보수가 2~3월에 예정돼 있어 정제마진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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