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활성화, 광주형 일자리 등 정부와 팀플레이
지배구조 개편, 미국 관세폭탄 저지 등 과제도 산적
수소경제 활성화, 광주형 일자리 등 정부와 팀플레이
지배구조 개편, 미국 관세폭탄 저지 등 과제도 산적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는 올해가 어느 때보다도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성장동력인 ‘수소경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야 하고, 상생형 일자리 사업인 ‘광주형 일자리’도 첫 참여 기업으로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무위로 끝난 그룹 지배구조 개편 리스크 해소와 미국의 자동차 관세폭탄 저지 등 각종 난관도 돌파해야 한다.
수소경제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정부 차원에서 혁신성장의 일환으로 육성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병행이 필요한 만큼 기업과 정부의 팀플레이도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620만대 생산(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 ▲수소충전소 1200개 확충 ▲수소택시 8만대, 수소버스 4만대, 수소트럭 3만대 보급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15GW(수출 7GW 포함) 보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소경제는 에너지원을 석탄과 석유에서 수소로 바꾸는 산업구조의 혁명적 변화로, 수소경제 로드맵은 바탕으로 세계 선도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청사진”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난해 12월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 수소차 생산,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70만기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FCEV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당시 현대모비스의 충주 수소연료전지시스템 2공장 기공식에서 ‘FCEV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수소경제라는 신사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야심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양대 축으로 내세운 수소차와 연료전지는 모두 현대차그룹이 독보적인 기술력과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없었다면 애초에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자동차를 양산(2013년 투싼ix 수소전기차)했을 뿐 아니라 현재 가장 앞선 수소차 기술력을 갖춘 넥쏘(5분 충전에 609km 주행)를 판매하고 있다.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의 개발과 생산에 있어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반값임금’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적 안착에도 정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역할이 막중하다.
사업 주체는 지자체인 광주광역시지만, 2대주주이자 일감을 공급해줄 현대차의 참여가 없었다면 애초에 사업 추진이 불가능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8개월간 공전하다 광주시와 현대차의 합의안이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수용된 지난달 31을 계기로 본 궤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정부가 일자리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연거푸 광주형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광주지역 뿐 아니라 전국 각 지역으로 광주형 일자리 모델 환산을 유도하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성과를 가장 현실적으로 낼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처음으로 참여한 현대차가 경쟁력 있는 임금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노사 관계에서도 새로운 모델을 구축한다면 ‘광주형 일자리의 전국 확산’도 수월해질 수 있다.
풀어야 할 난제들도 산적해 있다. 당장 지난해 무위로 끝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올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흡하고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고,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회사들까지 잇달아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에 반대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결국 지난해 5월 21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여러 의견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포기한 것이다.
이미 한 번 실패를 맛본 만큼 정 수석부회장으로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보장하고, 순환출자구조를 개선하면서도 전략 주주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신의 한 수’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의 부진 돌파도 정 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수입 자동차 관세폭탄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의 관세폭탄 저지를 위해 지난해 9월 승진 직후 미국으로 날아가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아웃리치(대외접촉)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도 지난 12일 첫 해외출장으로 미국행을 선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 각종 이슈와 난제가 집중된 상황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게 됐다”면서 “올해 주요 사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경영행보의 순항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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