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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지금 은퇴 선언할 때가 아니다


입력 2019.03.12 07:33 수정 2019.03.12 07:33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발등에 불 떨어진 대화방 지인들 위해서 해명에 나서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발등에 불 떨어진 대화방 지인들 위해서 해명에 나서야

ⓒ데일리안 DB

승리가 SNS에 은퇴 선언문을 올렸다. 사회적 물의가 너무나 크다며 와이지와 빅뱅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자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했다.

그런데 뭐가 죄송하다는 걸까? 이 선언문엔 승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빠졌다. 자기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냥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물의가 커졌고 그래서 소속사와 소속팀에 피해가 가게 생겼으니 자신이 선심 써서 빠져주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면서 ‘성실하게 수사 받아 모든 의혹을 풀겠다’고 했다. 지금 나오는 혐의들이 의혹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이러면 승리를 비난하는 대중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고, 승리는 회사와 팀을 위해 희생하는 ‘대인배’가 된다.

승리 스스로 자신의 대인배다움을 적시하기도 했다. ‘저 하나 살자고 주변 모두에게 피해주는 일은 도저히 제 스스로가 용납이 안됩니다.’ 자신은 잘못이 없지만 자기 자신에게 부과하는 엄격한 도덕률상 남들을 위해 탈퇴라는 자기희생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대중에 대한 서운한 정서도 표출했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국민들로부터 질타 받고 미움 받고 ... 국민역적으로까지 몰리는 상황’이라는 부분이 그렇다. 대중이 과도하게 자신을 마녀사냥해서 억울하다는 심경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히 ‘국민역적으로 몰렸다’는 표현에서 억울함이 강하게 느껴지고, 어느 정도는 상황을 희화화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 마디로 자신이 잘못했다는 죄의식과 반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죄를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에 사과하는 의미도 없는 은퇴 선언문이다. 이 선언문으로 본다면 승리는 여전히 억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상한 것은 지금 승리가 은퇴 선언문 같은 것을 작성할 때가 아니란 점이다. 그렇게 억울한데, 진상부터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승리가 참여한 대화방에서 성접대 관련 대화가 오갔고, 경찰이 그 대화방 자료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승리를 피의자로 전환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대화방 파일은 이미지 파일과 해시코드 등을 다 갖춰 원본과 동일한 것으로 보도됐다. 증거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승리와 정준영을 비롯한 동료 뮤지션 2명, 유리홀딩스 유 모 대표, 아레나 전 직원인 지인 김 모씨, 연예기획사 직원 1명, 일반인 2명 등이 참여한 이 대화방에선 불법촬영물이 공유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김 모씨가 누군가의 성관계 영상을 올리자 승리가 영상 속 남성을 알아봤는데 알고 보니 대화방에 참여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대화방 참여자들은 이런 영상에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이것은 여성 몰래 영상을 찍어 지인들과 돌려보는 범죄가 상습적으로 저질러진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승리는 버닝썬 운영에 깊이 개입하거나, 버닝썬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절친이라는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가 마약과 연관 됐다는 걸 승리가 모를 리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리조트에서의 호화 생일 파티 당시 국내 유흥업소 여성들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승리가 정말 억울하다면 지금은 은퇴 선언문이 아니라, 이런 의혹들에 대해 해명문을 내야 할 시점이다. 어차피 무죄면 은퇴할 필요가 없고 유죄면 퇴출이라서 은퇴선언은 무의미하다.

보통 억울한 사람은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기 마련이다. 글로 해명하기도 하고 인터뷰를 자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승리는 침묵으로 일관하다 갑자기 자신이 ‘국민역적’으로 몰렸으니 팀을 위해 은퇴하겠다는 말만 내놨다. 매우 석연치 않은 행보다. 물론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억울한 사람들은 경찰 수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자든 누구에게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침묵은 보통 당당하지 못한 사람들의 태도다.

승리가 빨리 해명해주지 않으면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까지 큰 피해를 입을 상황이다. 정말 억울하다면 빅뱅 이미지 챙기기 이전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화방 지인들을 위해서라도 당장 해명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혹과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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