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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 사태’ 재발발…8년 전 DTD 기시감


입력 2019.06.18 13:35 수정 2019.06.19 11:0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임찬규 8년 전 악몽 떠오를 제구 난조

당시에는 4위였던 팀 성적, 결국 6위 하락

두산전 볼넷 남발로 무너진 LG 임찬규. ⓒ 연합뉴스 두산전 볼넷 남발로 무너진 LG 임찬규. ⓒ 연합뉴스

영화배우 하정우는 과거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촬영 후기를 논할 때 의미심장한 말을 한 바 있다.

하정우는 “이날을 또렷이 기억하는 게 6월 17일이었어요. 왜 기억하냐면 LG 트윈스 임찬규가 9회말에 볼넷으로만 4실점했고, 팀도 패했어요. LG는 이때부터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6위로 끝, 역사적인 ‘임찬규 사태’가 벌어진 날”이라고 언급했다.

하정우도 기억하는 2011년 6월 17일은 KBO리그 역사에 남은 ‘막장 경기’가 펼쳐진 날이다.

당시 LG는 SK를 맞아 선발 주키치가 7.2이닝 4피안타 1실점 11탈삼진으로 위력투를 뽐내고 있었다. 타선도 제법 넉넉한 4점을 뽑아주며 손쉽게 승리를 따내는 듯 보였다.

LG는 9회 1사 후 신인 투수 임찬규를 마운드에 올렸다. 임찬규는 전날 경기서 역전 적시타를 허용했는데 이로 인해 잠을 설칠 정도로 멘탈이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일이 벌어졌다.

임찬규는 첫 타자 임훈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 박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신인 투수의 자신감을 키워주겠다는 LG 코칭스태프의 승부수가 완성되기까지는 이제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놓고 있었다.

그러나 임찬규는 박진만에게 안타를 허용한 직후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고, 4타자 연속 볼넷 및 3타자 연속 밀어내기를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다. 결국 이날 LG는 4-6 패했다.

그로부터 8년 뒤, 이번에는 6월 16일 ‘제2의 임찬규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에도 볼넷이 말썽이었다.

두산전 선발로 나선 임찬규는 2회 시작과 동시에 볼넷을 허용하더니 볼넷, 사구, 폭투 등 영점이 전혀 잡히지 않은 제구로 조기 강판됐다. 뒤이어 등판한 임지섭 역시 제구 불안에 시달리며 ‘한 이닝 8사사구(6볼넷, 2사구)’라는 불명예 타이기록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류중일 감독이 DTD 저주와 무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연합뉴스 류중일 감독이 DTD 저주와 무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연합뉴스

올 시즌은 3위로 순항 중이다. 최근 10경기에서도 6승 1무 3패로 분위기도 좋다. ‘절대 2강’으로 불린 2위 두산에도 3.5경기, 선두 SK에는 6경기차로 쫓아가는 중이다.

4위 키움이 3연승을 내달리며 LG를 1경기 차로 압박하고 있으나 가을 야구 탈락 기준인 6위 kt와 11.5경기 차로 아직 여유가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번에 발생한 ‘616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지 못한다면, 8년 전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 2011년 LG는 6월초까지 3위를 달리다 4위로 내려앉은 직후 ‘617 임찬규 사태’를 맞았다. 이후 팀 성적은 꾸준히 하강곡선을 그렸고 최종 순위 6위로 가을 야구에 실패했다.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인 야구에서 ‘학습효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1승 15패로 밀리며 형성된 ‘두산전 공포’가 올 시즌까지 LG를 지배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LG는 여름을 기점으로 갑작스레 팀 성적이 부진에 빠진, 이른바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악몽을 수차례 겪은 팀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관리 야구’의 필요성이 대두된 시점의 LG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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