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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상장사 한전의 딜레마…“정부 약속 믿을 수 있나?”


입력 2019.06.20 11:51 수정 2019.06.20 14:48        조재학 기자

누진제 개편시 매년 약 3000억원 손실 추정

한전 이사회 배임 논란에 정부 비용보전 약속

21일 한전 이사회 전기요금 인하안 의결 예정

누진제 개편시 매년 약 3000억원 손실 추정
한전 이사회 배임 논란에 정부 비용보전 약속
21일 한전 이사회 전기요금 인하안 의결 예정

한국전력 본사 전경.ⓒ한국전력 한국전력 본사 전경.ⓒ한국전력

공기업이자 상장사인 한국전력이 딜레마에 빠졌다.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은 줄곧 연료비연동제 등 전기요금 현실화를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전기요금을 내리는 누진제 완화 개편안을 확정했다.

한전은 경영부담이 가중되는 전기요금 인하안을 의결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공기업인 한전이 정부 정책에 반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매년 3000억원 가까운 손실이 불가피한 사안을 이사회가 결정하자니 배임 논란이 우려되는 ‘진퇴양란’에 처한 것이다.

20일 한전과 국회 등에 따르면 한전은 다음날 이사회를 열고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전기요금 할인액은 2536억~2874억원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비용보전이 없다면 한전은 매년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전은 전기요금 인하안을 이사회가 의결할 경우 배임행위가 성립되는지를 국내 대형 로펌 2곳에 의뢰했다. 실제로 한전 소액주주들은 “한전이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하면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 혐의로 민형사상 고발할 것”이라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한전 경영진의 배임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한전에 비용보전을 약속하며 수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이사회의 배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이 로펌에 질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의 지원약속도 없는 현 시점에서 이사회가 하계할인 등 요금할인을 의결할 경우 배임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물었다. 한전 이사회가 정부 지원을 약속받고 의결할 경우 배임행위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의 약속대로 비용보전이 원활히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여름철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실시하면서 세금으로 한전의 비용부담을 더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관련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전은 약 36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았으며, 정부 지원금은 350억원에 그쳤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용으로 전기요금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비용보전 예산을 확보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야당이 이에 동의할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한전 경영진도 배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17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현안 간담회에서 “누진제 개편안이 한전에는 재무적 부담이 있다”며 “여름철 누진제 완화를 위한 재원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으로 보전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전 경영진이 전기요금 합리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전 경영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체계를 엉터리로 운영하는 정부 책임이 더 크므로,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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