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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임기 반환점, 뒤바꾼 경제정책①] 날개 없는 추락...결실 맺은 정책이 없다


입력 2019.11.11 14:09 수정 2019.11.11 14:21        배군득 기자

2년 새 경제성장률 1.0%p 가까이 하락...갈등만 키운 경제정책

최저임금, 소득주도성장 등 설익은 대책에 수출, 내수 모두 동반 부진

대다수 경제전문가들 “경제노선 수정필요…현장 목소리 들어라” 질타

2년 새 경제성장률 1.0%p 가까이 하락...갈등만 키운 경제정책
최저임금, 소득주도성장 등 설익은 대책에 수출, 내수 모두 동반 부진
대다수 경제전문가들 “경제노선 수정필요…현장 목소리 들어라” 질타


지난 8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대내외 수요 위축과 일본 수출규제 등을 반영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2.0%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뉴시스 지난 8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대내외 수요 위축과 일본 수출규제 등을 반영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2.0%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그동안 각종 경제정책으로 한국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은 지 2년 반이 흘렀다. 이른바 ‘J노믹스’로 기대를 모았던 문 정부는 반환점을 돈 현재 시점에서 좋은 경제성적표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내놓은 경제정책 중 어느 하나 결실을 맺은 것이 없다. 역대 정권에서도 취임 3년차에 가시적 성과를 도출한 핵심 정책들이 있는데 유독 현 정부만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J노믹스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로 돌아섰다. 이해당사자들과 갈등만 부추기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사회는 양분되고 이념논리가 거세지면서 경제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대도 쉽지 않은 경제성장률…성장·분배 다 놓쳤다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지표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지표 중 하나가 경제성장률이다. 경제성장률은 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다. 해당 분기 중 생산된 재화나 용역 총량의 증가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최근 경제성장률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들 경제성장률이 완만한 하락세라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7년 경제성장률 3.2%를 달성하며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던 문재인 정부는 그 해 말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하며 겹경사를 누렸다.

이로 인해 출범 2년차 경제정책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일자리 정부라는 모토 역시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정부도 더 공격적인 정책을 수립하며 2년 연속 3%대 성장률 달성에 의지를 불태웠다.

그런데 정부 의도와 달리 한국경제는 오히려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가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이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경제가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결국 문 정부는 1년 만에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반전을 꾀했다. 더구나 올해는 선거 등 정치적 이슈가 없어 정책 집행에 적기였다. 하지만 이 같은 호재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글로벌 경기침체, 미중 무역분쟁, 북한 리스크,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변수에 우왕좌왕하며 정책의 중심이 흔들렸다. 여기에 소비시장 둔화로 수출과 소비 모두 동반 부진에 빠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처럼 경제가 후퇴한 배경에는 정책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하향평준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 정부 경제정책이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 언론사 칼럼에서 “미국의 경우 정책이 미국을 살렸다. 한국은 거꾸로 정책이 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했던 정책이 기업에 비용 충격으로 작용하면서 국내적으로는 고용사정을 악화시켜 일자리 대란과 저소득층 소득 감소, 내수 위축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어 “나라 바깥으로는 전반적인 대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킨 부분이 국제경쟁력을 악화시킨 결과로 나타났다”며 “지금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건 정책 궤도를 수정하는 용기다. 경제가 나빠진 것을 인정하고 위기를 위기라 부르는 걸 인정하는 건 정부에 인기 없는 일일 수 있지만, 최소한 경제가 장기적인 심연의 침체에 빠지지 않게 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진적 체질개선에 소화불량 걸린 한국경제

문 정부의 경제정책은 상당히 급진적으로 진행됐다. 최저임금이나 혁신성장 모두 단기성과를 내기 위한 공격적 작업이 출범 2년차에 집중됐다.

그러나 시장은 냉랭했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경제정책을 시장에서 받아들이기에는 곳곳에 회복력이 부족했다. 혁신성장은 실체가 모호해 경제주체들이 혼란을 거듭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감소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수정돼야 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 축소 등 친(親)노동정책을 과속으로 이끌었고, 이로 인해 기업 투자의욕이 꺾이면서 성장과 분배를 모두 놓쳤다고 진단했다.

양극화 해소라는 의도는 좋았지만 정책 완성도가 떨어져 실패로 이어진 사례인 셈이다. 결국 시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격차해소, 고용보험 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 정책 방향은 타당했다”고 전제한 뒤 “수행과정에서 고민이 부족했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입체적이고 섬세하지 못했다. 미래지향적이지 못해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소회불량에 걸린 경제정책이 상당수지만 가장 심각한 분야는 고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적용한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24.4%로 지난해 8월 21.2% 보다 상승했다.

정규직 노동자가 1년 전보다 35만여명 감소했다는 점도 고용 질이 악화했음을 보여준다. 임금 근로자 평균 근속기간이 줄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도 확대됐다. 정부가 각별한 노력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고, 임금에 신경을 쓰고 있음에도 고용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기업 일자리 창출 능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모양새다. 경기 하강 사이클에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을 시행한 것이 노동시장을 경직시킨 것은 아닌지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제계에서도 현재 경제정책에 대해 연이은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각종 각종 규제로 인해 손발이 묶인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치도 계속 끝없는 대립의 연속”이라며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난 6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정부와 국회에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을 위한 개정법안 등 주요 경제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언급된 주요 법안은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법안(근로기준법) ▲데이터 규제 완화 법안(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화학물질 관련 규제 완화 법안(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이다.

◆진보성향 경제학자들도 외면한 ‘J노믹스’…아군 잃은 정부

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도 보수와 진보성향으로 나뉘는데, 올해 들어 진보성향 경제학자들도 문 정부 경제정책이 노선을 이탈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 6월 진보 경제학자들 모임인 ‘한국경제발전학회’는 대통령직속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함께 한 학술대회에서 2020년 잠재성장률이 1.98%로 진입한 후 2028년에는 1.4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대표적 진보성향 경제학자인 주상영·현준석 건국대학교 교수는 이 자리에서 “2017년 경제성장률 3.2%는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호황, 건설투자에 의한 것이다. 지금은 호재가 사라졌다”며 “경기가 나빠지며 우리나라 경제가 구조적 하락 추세에 돌입했다. 특히 2034년부터는 잠재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인구 감소 외에도 수요·공급까지 문제”라고 진단했다.

두 교수는 이어 “수요 측면에서 볼 때 민간소비 혹은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합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반면, 투자 비중은 GDP 대비 30%에 달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 비중은 경제발전 단계상 더 이상 올라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정부 지난 2년 반 경제운영 성과 및 향후 과제를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경제활력은 구조적 전환기와 세계경제 하강국면 등 녹록치 않은 여건 속에서 견조한 대외평가를 견지했다”고 전제한 뒤 “다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과 구조적 요인 등으로 인해 민간활력 저하, 글로벌 경제와 연동된 저성장, 구조개혁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 문제 등이 시급히 보완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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