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아시아나 인수 후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어
경쟁자였던 애경 행보 주목…항공업계 재편 빅뱅 예고
공정거래법상 아시아나 인수 후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어
경쟁자였던 애경 행보 주목...항공업계 재편 빅뱅 예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산업개발(HDC) 컨소시엄이 결정되면서 최종 매각 이후 저비용항공(LCC)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운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통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HDC컨소시엄이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까지 모두 인수하더라도 인수후 재매각 가능성이 남아 있다.
13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컨소시엄과 금호산업·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간 본협상이 잘 마무리돼 양자간 최종적으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재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수 후 에어부산 재매각 가능성
매각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IDT·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세이버·금호리조트 등 6개 계열사의 통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계약 체결시 분리 매각 및 인수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손회사 문제를 들어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후 에어부산의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그룹 지배구조는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 등 6개 계열사'가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HDC의 손자회사가 되고 에어부산 등 6개 계열사는 증손회사가 되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거나 아니면 2년 내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소유한 에어서울과 달리 44.2%만을 보유한 에어부산은 유예기간인 2년 내에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아니면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부산시를 비롯해 넥센과 부산은행 등 지역 주주들이 45.6%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소액주주 보유 지분도 10.2%에 달해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전량을 사들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와관련, "지주사에서 인수할 수도 있고 전략적 파트너와 같이 회사를 만들 수도 있고 여러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인수하게 되면 2년의 기간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고 밝혀 단기간내 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9조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 규모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점을 이유로 재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일본 여행 보이콧 여파로 주력인 일본 항공 노선 수요가 크게 감소한 가운데 보잉737NG 항공기의 동체 균열 여파로 안전성 우려까지 커지면서 힘든 상황을 맞이했다.
여기에 내년에 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 등 신규 사업자로 3곳이 추가로 시장에 진입해 경영환경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분리매각시 애경 재도전 여부 관심
분리매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경쟁자로 나섰던 애경그룹이 될 전망이다. 이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이번 인수전에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원 이상의 자금 동원력을 입증한 상태다.
또 최근 안전 문제가 제기한 보잉 737NG 기종(45대)만 보유한 제주항공으로서는 에어버스 항공기만을 보유한 에어부산을 인수하면서 항공기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로선 제주항공측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제 막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고 인수가 이뤄진다고 해도 인수자가 어떻게 처리할지도 알수 없는 상황에서 인수 의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HDC가 에어부산의 재매각에 나설 경우, 제주항공 등 타 LCC들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이미 미국에서는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융합과 분화가 일어난 상황”이라며 “LCC의 장거리 노선 진출 등으로 향후 경쟁구도가 다변화될 수 있는 만큼 보다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서라면 FSC의 LCC 매각이나 LCC의 LCC 인수 등 다양한 재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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