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찾은 근로자에 "동료 정보 달라" 불건전행위 발생
12월 본게임 앞둔 오픈뱅킹…마케팅보단 킬러콘텐츠를
은행 찾은 근로자에 "동료 정보 달라" 불건전행위 발생
12월 본게임 앞둔 오픈뱅킹…마케팅보단 킬러콘텐츠를
"도대체 오픈뱅킹이 뭐라고."
서울 소재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옆 좌석에 앉은 한 젊은 여성은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들에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 오픈뱅킹 마케팅에 대한 기사를 썼던 터여서 자연스레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다.
이 여성은 최근 은행을 방문했다가 자신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오픈뱅킹 가입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업무상 매일 은행에 들르는 탓에 직원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그는 곧장 오픈뱅킹에 가입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추가 부탁을 받게 됐다고 한다. 다름 아닌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공유해달라는 것이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은행원의 요청이라 부탁을 마다하기 어려웠다는 그는 은행원에 관련 정보를 귀띔해 줬다고 한다. 이후 회사로 돌아가 관련 사실을 실토했고 사내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몇몇 직원으로부터 항의가 이어졌던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큰 문제로 연관될 수 있던 이 이야기는 은행권의 오픈뱅킹 마케팅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느낀다. 매일 은행을 찾아야 하는 기업 근로자선 주거래은행의 권유를 외면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 타인의 정보를 부당하게 유출하거나 이를 제공 받아서도 안된다. 이는 앞으로 서비스를 오픈할 오픈뱅킹 사업자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 더욱 우려가 된다
오픈뱅킹이란 하나의 모바일 뱅킹 앱 안에서 모든 은행의 계좌를 한눈에 비교하고 관리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다. 금융거래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탄생됐고 지난달 말 시범 오픈된 지 일주일 만에 100만명이 가입하는 성과가 나왔다.
오픈뱅킹 출범 때 일부 은행은 관련 성과를 직원 핵심 경영성과지표(KPI)에 반영하는 등 영업점에 실적 압박을 이어 갔고, 각종 경품 이벤트를 벌인 덕분에 서비스가 흥행을 이어갔다. 오프라인 점포에까지 적용될 경우 주거래은행 개념이 깨질 수 있어 은행마다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오픈뱅킹의 본게임은 오는 12월 18일 시작된다. 지난달 먼저 서비스를 선보인 10개 은행에 뒤이어 새로 합류할 은행과 핀테크 업체 등은 벌써부터 서비스 개시를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뒤늦게 사업에 참여하는 만큼 가입자 유치에 부담감이 막중한데 전면 시행 시 이번 사례와 같은 불건전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오픈뱅킹 마케팅 과열 현상에 대해 '금융사들이 오픈뱅킹으로 경쟁하는 것도 좋지만 평가는 서비스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제대로 된 킬러(Killer) 콘텐츠로 승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