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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돈맥 기로에 서다-④]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해외로 눈돌린다


입력 2020.01.06 06:00 수정 2020.01.05 20:28        백서원 기자

답답한 ‘박스피’ 대신 해외로…미국 주식 보관액 79% 급증

뉴욕증시 연초부터 랠리…불붙은 증권가 해외주식 마케팅

답답한 ‘박스피’ 대신 해외로…미국 주식 보관액 79% 급증
뉴욕증시 연초부터 랠리…불붙은 증권가 해외주식 마케팅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 경제 곳곳에는 저금리·저성장·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인한 경고등이 하나씩 켜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체감 경제성장률이 1%도 안되는 실질 마이너스 금리 시대. 부동자금만 1200조로 추산될 만큼 유동성은 한껏 풀려있는데 투자할 곳이 없는 이른바 머니 그레이존(회색지대) 시대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본지에서는 신년 기획을 통해 돈맥 기로에 서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돌파구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미 뉴욕증권거래소의 TV 화면에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다.ⓒAP/뉴시스 미 뉴욕증권거래소의 TV 화면에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다.ⓒAP/뉴시스

미국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잔액이 올해 80% 가량 급증했다. 대내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한 반면 미국 등 해외 증시는 강세를 보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해외주식 직구족’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도 거래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장기적인 대응에 나섰다.

답답한 ‘박스피’ 대신 해외로…미국 주식 보관액 79% 급증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분간 미국 증시 강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식 직구 규모는 2017년 최초 200억 달러를 넘긴 데 이어 2018년 3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후에도 계속 거래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400억 달러 돌파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달 23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잔액이 83억3404만달러(9조6841억원)로 2018년 연말보다 78.73%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가 커지면서 전체 해외 주식 보유 규모도 크게 불어났다. 외화 주식 보관잔액은 144억6709만달러(약 16조8107억원)로 같은 기간 47.11% 늘었다. 전체 외화 주식 보관잔액 중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57.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19억439만달러), 중국(18억7123만달러), 홍콩(12억9328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해외 주식 종목별 결제금액 순위를 보면 아마존(15억9881만달러)이 1위를 차지했다. 홍콩 증시의 상장지수펀드(ETF)인 ‘China CSI 300 Index ETF’는 2위를 차지했다. 그 외 마이크로소프트(3위), 알파벳(5위), 엔비디아(7위), 애플(9위), 테슬라(11위) 등 결제금액 상위 50개 종목 중 44개가 미국 종목이었다. 홍콩(3개), 일본(2개), 중국(1개)이 그 뒤를 이었다.

해외주식 직구 증가는 지난해 한국 증시가 부진했던 반면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작년 한국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 국내 경기침체 등 대내외 악재에 발이 묶이면서 투자매력이 주춤해졌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해외주식 투자 장벽이 낮아진 점도 한몫했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증시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익률을 달성했다. 전 세계 47개국 증시를 추적하는 MSCI 전세계지수는 무려 23.7% 상승해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9월 고점대비로도 6.7%가량 상승한 수치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세계 지수의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은 연초 35.1포인트에서 현재 34.3포인트로 2.2% 하락한 반면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에서 16배로 22.7%나 상승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흐름은 올해 완화적으로 급변한 중앙은행들의 정책과 이를 반영한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역별로는 선진국 증시가 24.8%, 신흥국 증시가 15.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선진국에선 미국뿐 아니라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증시도 20% 내외의 상승세를 보였다.

신흥국에선 브라질(31.8%), 러시아( 28.6)% 등 개별국가의 수익률은 돋보였다. 그러나 신흥국 지수내 비중이 큰 한국(8%) 등의 부진이 전체 지수 상승을 제한했다.

뉴욕증시 연초부터 랠리…불붙은 증권가 해외주식 마케팅

2019년 증권시장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작년 1월 2일 2010에서 시작한 코스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시사 발언과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감 등으로 4월 16일 2248.63까지 올랐다.

하지만 8월 들어 세계 경기침체 우려와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한일간 외교 갈등에 불이 붙으면서 8월 6일 코스피는 장중 1891.81까지 떨어졌다. 코스피 1900선 붕괴는 2016년 6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후 약 한달 간 20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 증시 주요 지수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채권거래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예탁결제원을 통한 미주지역 해외채권 결제금액은 26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었고 해외채권 보관금액도 290억달러로 2018년 말 대비 9.5% 증가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작년 상반기까지 한국증시가 깊은 부진에 빠진 원인은 수출과 기업이익 감소 등의 내부적 이유도 있었지만,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심리가 컸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 센터장은 “미국 주식시장은 순항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된 환경에서 미국의 주식과 채권은 유일한 투자대안으로 평가 받아 더블 강세가 시현됐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새해부터 미국 연준의 정책 스탠스가 바뀌었고, 실제적으로 연내 세 차례 금리인하가 진행되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반영한 채권시장의 랠리가 한국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투자매력을 저하시켰던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작년 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뉴욕 증시는 지난해 강세의 여세를 몰아 새해 첫 거래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6%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84% 1.33% 상승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지난달 27일 이후 3거래일 만에, 나스닥 지수는 4거래일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중 무역합의 기대감과 함께 중국의 경기부양 움직임이 확인된 덕분이다.

증권가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해외주식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발빠른 대응도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직구 열풍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지난해부터 ‘해외투자 2.0 시대’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자산관리 글로벌화에 나섰다. 해외주식 투자를 넘어 달러채권, 해외 대안상품 등 ‘전 국민 자산관리의 글로벌화’를 추구한다는 목표다.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10월 해외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쪼개 사는 소액투자 서비스를 국내 증권사 최초로 도입했다. 1주 단위로 거래되는 기존 방식에서 0.01주 등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사고파는 서비스다.

주요 거래 국가에 대한 최소 수수료 폐지도 해외주식 직구족을 끌어 모았다.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 미국·중국·홍콩·일본 등 주요 국가의 해외 주식의 최소수수료를 폐지했다. 이어 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 등도 수수료 폐지에 동참했다. 삼성증권도 작년 8월 최소수수료를 없앴다.

올해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영업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연초부터 글로벌 주요국들이 긍정적인 경제 지표 결과를 내놓고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면서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주식시장 등은 가파른 상승 폭 만큼 과열 논쟁과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직면한 상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증시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 상승 근거로는 미국 대선 공약 효과 등이 거론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해 보였던 높은 주식 수익률과 기업이익 추정치 상향 때문”이라며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대선 기간 중 그릴 장밋빛 공약과 밝은 미래에 환호해왔고 올해도 과거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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