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의 선과 악' 몰입감 있는 무대
"방대한 이야기, 10년 바라보고 만들어갈 작품"
"초연 때 작품의 문법과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면, 재연에서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2년 만에 재연 무대에 오른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오세혁 연출이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시대의 불행 때문에 모두가 무력해지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개막한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아버지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네 형제들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표현해 인간 내면에 가득 차 있는 모순과 욕망을 비롯해 선과 악이 혼재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오세혁 연출은 "원작 소설은 도스토엡스키가 평생을 살아가며 경험하고 느낀 것을 집약한 소설이다. 그만큼 방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초연 때부터 10년을 바라보고 가자는 생각이었다"며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는 만들어가는 작품임을 강조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네 형제와 아버지, 그리고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악마를 등장시켜 더욱 드라마틱하고 밀도 있는 서사를 구현한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시작으로 인물들의 면밀한 심리를 몰입감 있게 표현하는데, 오세혁 연출은 "감옥 안에 작은 감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연출의 주안점을 밝혔다.
오세혁 연출은 "이 작품의 무대는 장례식장 같으면서도 거룩한 일이 벌어지는 성당 같기도 하다. 또 비밀 종교 장소 같기도 하고 형제들이 자기만의 동굴이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르네상스 작법 중 하나인 가사의 의미를 음으로 표현하는 '가사 그리기(tone painting)' 기법을 사용한 넘버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장면과 가사의 분위기를 음의 높낮이로 표현하며 공연 전체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웅장한 피아노 선율이 관객을 압도한다. 피아니스트에 따라 달라지는 질감과 깊이도 관전 포인트다.
이진욱 음악감독은 "같은 캐릭터지만 배우들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는 것처럼, 피아노 반주도 피아니스트에 따라 각자 다른 느낌으로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며 "악보에 있는 걸 완벽하기보다 두 피아니스트가 작품 속에서 느끼는 감정에 따라 색깔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생을 탐욕스럽고 방탕하게 살아온 아버지 표도르 역에는 초연부터 함께 한 김주호, 심재현과 뉴 캐스트 최영우가 함께한다. 김주호는 "한 피지만 섞이지 않음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왜 이 까라마조프가는 섞이지 않는가를 표현하도록 노력했다"고 연기의 주안점을 밝혔다.
조풍래, 서승원, 이형운은 아버지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순정을 가진 첫째 아들 드미트리 역을 열연할 예정이다. 배우 유승현과 안재영은 논리와 지성을 갖춘 유학생이자 무신론자 둘째 아들 이반 역을 맡았다.
유승현은 "겉으로는 이상적이고 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신이 있기 때문에 부정하는 거라 생각한다. 인간의 나약한 군상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초연에도 참여했던 안재영은 "방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모든 배우들이 책도 읽고 고민을 많이 했다. 서로의 해석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함께 찾아가면서 연습에 임했다"며 관객들의 기대를 당부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형제간의 의심을 중재하려 애쓰는 알료샤 역에 김지온과 김준영이 새롭게 합류했다.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보이는 인물인 스메르쟈코프 역에는 초연을 함께한 배우 이휘종과 박준휘,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안지환이 함께 한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2017년 2월과 10월 두 차례의 쇼케이스를 통해 호평을 받았으며 2018년 초연 무대를 올렸다. 재연 무대는 5월 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