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오르고 품절 반복…마스크 대란 전초전 양상과 비슷
성인 마스크 물량에 아동용은 뒷전, 공적물량에도 포함 안 돼 수급 불안정 심화
“대형 마스크와 소형 마스크 교환 원합니다.”, “어린이용 마스크도 우체국이나 농협에서 판매하나요?”, “아동용 마스크는 어디서 사나요?”
마스크 대란이 아동용으로 옮겨 붙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개학 및 개원을 앞두고 아동용 마스크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특히 지역 사회 전파 본격화로 어린이집 교사와 유아동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생후 45일 아기가 최연소 확진자로 판정을 받은 이후 2일도 5세 어린이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형마트와 약국, 온라인 쇼핑 등 주요 판매처에서 품절 사태가 반복되고 가격이 상승하는 등 성인용 마스크 대란과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KF 필터가 포함된 아동용 마스크의 경우 2000원에서 4000원 사이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나마도 가격이 저렴한 순으로 품절사태가 발생하면서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아동용 마스크 구입처를 공유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발생한 마스크 대란의 초기 분위기와 비슷한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일 경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일 서울 성동구에서 어린이용 KF94 마스크 22만장을 보관하고 있던 업체를 적발했다. 경찰은 식약처 등 관계 기관과 해당 업체의 마스크 보관 행위가 매점매석이나 긴급 수급 조정 조치에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초기에는 가격이 오르다 품절사태가 반복되면서 다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마스크 대란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판매자가 재고 부족을 이유로 주문을 취소하고 웃돈을 붙여 다시 판매에 나서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되고 3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개원 및 초등학교 개학 시즌을 맞아 수요는 더 증가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물건을 거래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맘카페 등에서는 성인용과 교환을 원하거나 웃돈을 주고라도 아동용 마스크를 확보하려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 대형마트나 편의점, 약국 등에 재고가 남은 곳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재고 상황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보니 온라인으로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나 맘카페가 아동용 마스크 주요 거래처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정부가 시중가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공적물량에 아동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동용 마스크의 몸값은 더욱 치솟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어린이 마스크는 공적물량에 포함되지 않아 우리도 구하기 어렵다”며 “언제 나올지 몰라 그때그때 공급물량이 나올 때 주문해서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도 아동용 마스크는 귀한 몸이 됐다. 마스크 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성인용(대형) 마스크 위주로 공급되다 보니 아동용 마스크를 취급하는 매장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편의점 관계자는 “아동용 마스크는 코로나 이전 사태 때도 상품 수가 2~3개로 성인용 마스크에 비해 적었다”면서 “공적물량이 풀린 뒤로 편의점으로 들어오는 마스크 물량이 평소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마저도 입고되면 바로 매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사별로 ‘소형’, ‘초소형’, ‘어린이’, ‘아동’ 마스크라고 다르게 표기하는 방식도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보통 초소형은 영유아와 초등학생 저학년, 소형은 초등학생과 청소년이 사용하는데 제조사 마다 표기 방법이나 사이즈가 조금씩 달라 물건을 받고도 사용하지 못하거나 불편을 겪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연기 될지 모르지만 3월 개학 및 개원 시즌을 맞아 아동용 마스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유치원 및 초등학교 개원 및 개학 시기를 연기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기 전 결국 유치원이나 학교를 보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주부 윤모씨는 “어린이집 개원이 몇 주 연기된다고 해도 문을 열면 결국 맞벌이 부부들은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마스크라도 잘 씌워서 보내야 마음이 놓일 텐데 아이들 마스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정부가 공적물량 지원하는 것처럼 아이들 마스크에도 관심을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