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위기 시 상환유예 등 요청하는 '채무조정요청권' 도입
과잉추심 막기 위한 추심총량제·법정손해배상제도 등 포함
현행 대부업법이 '(가칭)소비자신용법'으로 확대 개편된다. 금융당국은 연체채무자의 자력구제가 좀처럼 쉽지 않았던 기존 제도를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통한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을 통해 채무자 부담을 낮추고 신속한 경제활동 재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채무자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다.
3일 금융위원회는 2020년도 업무계획 상세자료로 '포용금융 구현을 위한 중점 추진과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제정안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돈을 빌린 사람이 실직 상태가 되거나 질병이나 사고로 일시적으로 위기에 빠질 경우 금융회사에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이자율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요청권’이 도입된다. 또 금융회사가 일관된 기준에 따라 채무자와 협의하도록 사전에 ‘채무조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채무자 입장에서 금융회사 수용 가능성이 높은 채무조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채무조정교섭업’(채무자와 계약)도 제정안에 포함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해상충 방지, 설명의무, 최적대안 제시 등 행위규제를 적용하고, 수수료 수준‧수취방식 등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과잉추심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연체가산이자를 기존 미상환 원금 전체에서 상환기일 도과원금에 대해서만 부과하고 상각(손금 인정) 후 이자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부가하기로 했다. 또한 금융회사 스스로 연장을 예외로 둔 '소멸시효 연장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등 상환기일 연체에 따라 무한증식되는 채무부담을 일정부분 한정해 낮춘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과잉추심에 대한 방어수단도 제정안에 포함시켰다. 일례로 1주당 7회로 연락횟수를 제한하는 '추심총량제'와 더불어 채무자가 직장 방문 등 특정 연락방법의 제한을 요구할 수 있는 ‘연락제한요청권’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와더불어 불법추심행위 금지에 대한 실효성 강화를 위해 '법정손해배상제도'가 마련될 전망이다. 이 제도는 일반 손해배상에 비해 채무자의 입증책임이 완화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 미국의 경우 '최대 1000달러와 소송 및 변호사비용'을 더한 수준에서 과잉추심 관련 손해배상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함께 소멸시효완성채권, 채무조정 절차중 채권, 채권자변동정보 조회시스템 미등록 채권 등에 대한 추심이 제한된다.
이밖에도 제3자를 통해 추심(위탁‧매각)하는 경우에도 금융회사의 고객신뢰 보호책임 의무가 지속된다. 금융회사는 제3자 추심시 채무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가격 뿐 아니라 비가격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추심자 선정 및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채권 재양도 시 원채권자의 사전승인이 의무화된다. 만약 모니터링 과정에서 위반사항 발생 시 감독당국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또한 대부업법과 매입추심업 간 겸영을 금지하는 한편 매입추심업의 자기자본 확대(현재 5억원) 및 레버리지 한도 축소 등을 통해 진입요건을 강화하는 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규율 일원화 및 규제차익 해소를 위해 기존 신용정보법상 수탁추심업 내용은 소비자신용법으로 이관된다.
이번에 제정될 (가칭)소비자신용법의 경우 대출 모집에서부터 계약 체결, 연체 및 계약종료에 이르기까지 대출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규율한 법률로, 채무 불이행에 따른 연체채권 관리절차 및 계약종료 등 규율 부분은 신설된다. 다만 현행 대부업법이 담고 있는 최고금리 제한, 대출심사, 자필서명 서면계약 체결, 대부광고 등은 기존과 같이 존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하반기부터 이같은 내용의 '소비자신용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법안 마련 및 국회제출 등 입법과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달 중 금융권 연체채권 관리개선 1‧2차 T/F를 운영하고 2분기 중으로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칭 소비자신용법 제정안 추진을 위해 T/F를 운영해 올 상반기 중으로 법안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하반기 중에는 국회에 제출해 제정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