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형펀드 1년 수익률 1월 기준 23%서 2월 8%로↓
뉴욕증시 극심한 널뛰기 장세...“추격매수보다 비중유지”
미국 증시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연일 급등락을 오가고 있다. 불안한 장세에 미국주식형펀드 수익률도 큰 폭 하락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는 반면, 증시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미국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미국주식형펀드 258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지난 1월 기준 23.33%에서 지난달 기준 8.76%로 크게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일본주식형펀드 수익률은 11.14%에서 –3.69%, 브라질주식형펀드는 9.01%에서 –5.44%로 떨어졌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더믹) 불안감이 높아지며 지난달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영향이다.
최근 미국, 유럽, 신흥국 등 전세계 증시가 급락하면서 일본주식형과 브라질주식형은 지난달 기준 최근 한 달 수익률이 각각 –13.31%, -10.46%를 기록했다. 이는 해외주식형 내 가장 낮은 성과다. 미국주식형 역시 –7.45%라는 저조한 수익을 냈다. 반면 중국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중국주식형은 해외주식형 내 유일한 플러스 성과(0.50%)를 나타냈다.
특히 미국주식형은 지난해 연말 미·중 무역분쟁 협상타결 가능성과 브렉시트 불확실성 완화 등으로 작년 12월 기준 1년 수익률이 30%를 넘어서는 강세를 보였다. 이후 연초 미·중 1단계 무역합의와 작년 4분기 주요기업 실적 및 경제지표 호조로 뉴욕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며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폭락세를 거듭하던 뉴욕증시는 최근 가파르게 반등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이번 주에만 두 차례 1000포인트를 웃도는 상승 폭을 나타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다우 지수는 1173.45포인트(4.53%) 올라 사상 최대를 기록한 2일의 1293.96 포인트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상승 폭을 보였다.
이는 ‘바이든 효과’로 풀이된다. 중도 성향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전날 14개 주에서 열린 ‘슈퍼화요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급진 성향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누르자 일종의 안도랠리가 펼쳐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뉴욕증시의 변동성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코로나19 사태와 미국 대선레이스라는 양대 불확실성이 부상하면서 증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수가 연일 롤러코스터식 급등락을 거듭할 만큼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증폭되자 다우지수는 지난 주 5거래일에 걸쳐 총 358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주간 기준으로는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번 주 들어서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급등했다가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된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오히려 785.91포인트(2.94%) 하락했다. 장중 등락 폭은 무려 1300포인트에 달했다.
증권가에선 향후 미국 증시의 관건은 서비스업 경기의 부진 해소에 달려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미국 증시 랠리는 서비스업 관련 섹터들이 주도해 왔지만 예상치 못하게 지난달 미국 마킷(Markit) 서비스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큰 폭으로 하락해, 이러한 상황이 주가에 크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서비스업 업황 심리 부진의 원인으로는 금리 하락에 따른 금융업 수익성 악화, 미 대선 불확실성 등이 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내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태 진화에 나선 미 연준이 발 빠르게 50bp의 금리인하에 나섰지만 부진한 서비스업 경기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유로존과 일본의 사례를 봤을 때 통화정책의 경기 부양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 연구원은 “물론 미국 증시는 최근 조정으로 벨류에이션 부담이 소폭 완화됐고 기술적인 가격 매력도는 크게 높아졌다”면서도 “당분간 미국 서비스업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는 시기에 주가가 경기를 오버밸류(Overvalue·과평가)했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따라서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추격 매수보다는 현재 비중을 유지할 것을 추천했다.
다만 경기 침체를 우려한 미 당국이 기준금리를 긴급 인하하면서 미 채권펀드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채권형 펀드 111개는 국채 금리 하락세에 힘입어 지난달 기준 최근 1년 12.1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채권형 섹터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이다. 지난 1월 기준 11.09%보다도 소폭 올라 섹터 내 유일하게 수익률이 상승하기도 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채권펀드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는 자금 유입을 이어가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상품별로 보면 해외채권형 섹터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북미채권펀드인 ‘미래에셋달러우량중장기채권[자](UH)(채권)C-F’, ‘미래에셋미국달러우량회사채[자]1(UH)(채권)C-S’, ‘미래에셋미국달러채권[자]1(UH)(채권)C-F’이 최근 한 달 수익률 상위를 차지했다. 최근 1년으로는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삼성미국투자적격장기채권[자]H(채권)Cf’가 24.28%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고 이어 미래에셋미국달러우량회사채가 24.17%를 기록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현재 투자의견은 ‘안전선호로 채권매수’”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전염병의 공포는 안전선호를 여전히 지지하고, 적어도 글로벌 신규확진자 숫자가 진정되기 전까지 사상 최저금리에도 채권투자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향후 연준의 정책시행에도 연준의 장단기금리차가 확대되지 못하고 달러가 강세로 전환되면, 경기침체 우려를 감안한 추가 통화정책이 필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