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3자연합 의결권 위임장 확보 경쟁 본격화
대한항공 리베이트 양측 표심 잡기 여론전 가열
코로나19-전자투표 미도입, 주총 참석률 영향은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 소액주주 표심 찾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이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맞물려 주총 참석률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전자투표 미도입에 따른 영향이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과 조 전 부사장을 위시한 KCGI와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간 소액주주 표심 잡기를 놓고 치열한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의결된다.
현재 조 회장 측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고문 등 가족들과 델타항공과 카카오 등을 포함해 총 33.45%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한 상태다. 3자 연합은 세 주체의 지분을 합쳐 31.98%로 양측의 격차는 1.47%에 불과한 상황이다.
양측이 모두 주총을 앞두고 사내외이사 선임 후보 등 주총 안건을 공개한 상태로 이제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 표심 잡기에 전력하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 6일 의결권 권유 업무를 위해 상장기업 의결권 위임장 전문대행사를 위촉한 데 이어 지난 주말부터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장 확보를 위해 주주들을 직접 방문하고 있다.
3자 연합의 한축인 KCGI도 오는 11일부터 의결권 위임 권유에 나선다. 이미 '위임장 확보'를 위한 의결권대리행사권유팀을 꾸리고 3자 연합의 안건에 찬성을, 한진측의 안건에 반대 의견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 주주 표심 향배 '촉각'
이러한 소액주주 확보 경쟁이 점점 가열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한항공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이 떠오르면서 표심 향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양측은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기한 이 문제를 놓고 표심을 잡기 위한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3자 연합은 4일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된 후 1차 성명을 낸 데 이어 6일 2차 성명에서는 영문으로 된 프랑스 고등법원 판결문을 공개하며 조원태 회장의 리베이트 의혹을 정면으로 조준했다. 이들은 "거액의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구체적인 실행 과정이 조원태 대표이사 몰래 이뤄질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한진측도 3자연합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항공기 거래 관련 위법 사실 자체가 없었고 조 회장도 의혹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8일 자료를 내고 "3자 연합은 프랑스 경제범죄 전담 검찰의 '수사종결합의서'를 고등법원의 판결문이라고 거짓 주장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리베이트 의혹 시기는 1996년부터 2000년 사이로 조 회장은 2003년 한진그룹에 입사했다“고 반박했다.
3자 연합은 9일 이에 재반박하며 이제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불법 리베이트 수수 과정에서 어떠한 내부적인 통제 시스템도 작동한 바 없었고 의혹이 드러난 현재에도 아무 실질적 조사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한항공 측의 반박도 불법 리베이트 수수와 조원태 대표이사의 관여 여부에 대해 실제로 어떤 것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프랑스 법원은 불법 리베이트 수수 사실을 명백히 확인했고 이는 에어버스도 인정한
사실“이라며 ”조원태 대표이사는 불법 리베이트가 수수된 지난 2010~2013 년 당시 여객사업본부장과 경영전략본부장 등의 직책으로서 항공기 도입을 직접 담당하는 핵심 임원이었다“고 지적했다.
◆ 코로나 사태로 전자투표 미도입...막상막하 표 대결 변수
이번 주총을 앞두고 관심을 모았던 전자투표가 결국 도입되지 않으면서 양측의 막상막하 표 대결에서 어떻게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한진칼은 지난 4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직접 주총장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주주들이 보다 손쉽게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시할 수 있어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당초 올해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높아진 소액주주들의 관심으로 한진칼 주총 참석률은 지난해(77.18%)보다 약 10% 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게 되는 주총 참석을 꺼리게 되는 상황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은 주총 참석률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돼 왔다. 하지만 결국 도입되지 않으면서 표심의 향배뿐만 아니라 실제 참석주주들의 성향까지 감안해야 해 주총 결과는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3자 연합측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해 왔지만 한진칼이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전자투표제 도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상황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유불리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주총이 예정돼 있는 27일 이전까지 코로나19의 진정여부가 주총 참석률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양측이 현실적으로 주총 참석이 어려운 일반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을 얼마나 받아내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자투표제 도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결권 위임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양측의 의결권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정말 적은 차이로 안건 의결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는 만큼 위임장 확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는 적용되지는 않지만 전자투표제 도입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다. 한진칼은 3자연합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한진칼 정관에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아예 명시하자는 '정관변경의 건'으로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될 경우 다음 주총에서부터 전자투표제가 적용된다. 다만 한진칼은 정관 개정을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 전체 주식의 과반 출석과 이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해 현재의 주주 구성상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