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0대 총선에서 맞대결 벌였던 두 사람
4년 지난 올해 4·15 총선 '외나무다리'서 재회
다시 만나고 싶지 않던 두 사람이 '외나무다리'에서 운명같은 리턴매치를 벌이게 됐다. 충남 최대 격전지로 손꼽히는 공주·부여·청양에서 맞붙게 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박수현 전 대변인은 특유의 소통능력과 스킨십, 지역을 구석구석까지 누비는 열정으로 경쟁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 청와대 대변인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비서실장으로 기용할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박종준 전 충남지방경찰청장이 2012년 총선에서 충남 공주에 출마했다가 박 전 대변인의 역량에 학을 떼고 2016년 총선에서는 세종으로 옮겨 출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전 대변인을 상대하느니 7선에 도전하는 이해찬 대표를 맞상대하는 게 차라리 낫다 싶을 정도로 판단했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박수현 전 대변인의 입장에서도 5선에 도전하는 정진석 의원은 예사 상대가 아니다.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시절 네 차례의 백상기자대상과 두 차례의 한국기자협회 기자상을 수상한 능력자로, 정계에 입문한 뒤에도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사무총장과 당 원내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공주를 중심으로 6선을 하며 항상 충청 민심을 대변했던 부친 정석모 전 자민련 부총재의 후광도 무시 못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시경 소남 편에 보면 '지역민들이 소공 석이 쉬어갔던 팥배나무를 보며 그분의 은덕을 떠올린다'는 구절이 있다"며 "정석모 부총재가 항상 충청인을 대변했기 때문에 그 아들을 보며 아버지를 떠올리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공주와 부여·청양 선거구가 전격 통합되면서, 정진석 의원과 박수현 전 대변인은 3.1%p차 피말리는 승부를 벌여야만 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당사자인들 이런 선거가 편했겠느냐"라며 "2018년 지방선거 때 박 전 대변인이 충남지사 출사표를 던지자, 정 의원이 누구보다도 반색하며 격려해줬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박 전 대변인이 당시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하면서, 정 의원과의 '리턴 매치'는 불가피하게 됐다.
지역내 민심, 文정권 "잘못한다" 53.3% 과반
박수현 vs 정진석 가상대결은 오차범위내 혼전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충청 보수'의 대표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아성이라 불렸다. JP는 부여에서 태어나 공주고를 나왔다. 헌정사상 최다선인 9선 의원을 지냈으며, 고건 전 총리와 함께 유이(維二)하게 두 번 총리를 했다.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지만 이를 마다하고 고향 부여 땅으로 돌아와 묻혔다. 자연히 지역색은 다소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쿠키뉴스의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1월 18~19일 공주·부여·청양에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못한다"는 응답이 53.3%로 과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한다"는 43.4%에 그쳐, 오차범위(±4.4%p) 밖에서 현 정권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았다.
이에 따라 굿모닝충청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6~7일 공주·부여·청양에서 설문한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자유한국당 37.6%, 더불어민주당 34.0%로 오차범위 내에서 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지역색이 정권 심판·야당 지지로 흐르는 것과는 달리, 후보 개인의 선호도는 박수현 전 대변인과 정진석 의원이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굿모닝충청~리얼미터의 위 설문에 따르면, 박 전 대변인과 정 의원의 가상 대결에서 박 전 대변인이 44.7%, 정 의원이 39.8%를 얻어 오차범위내 혼전 양상이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는 이 지역에서 소지역주의 양상이 나타났다. 인구 10만6000여 명의 공주시에서는 박 전 대변인 50.1%, 정 의원 43.9%였던 반면, 인구 6만7000여 명의 부여군과 3만1000여 명의 청양군에서는 정 의원이 각각 51.8%와 54.3%를 얻어, 각각 39.9%와 38.8%를 얻는데 그친 박 전 대변인에게 승리했다.
다만 이는 후보자의 연고에 따라 나타나는 일반적인 소지역주의와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정진석 의원도 출생지가 박수현 전 대변인과 같은 충남 공주다. 부친인 정석모 전 부총재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JP와 같은 공주고를 나왔다. 또, 공주가 포함된 지역구에서 초선·재선·3선과 6선 등 네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2016년 당시의 소지역주의는 총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선거구 합구가 이뤄지면서 공주의 현역 의원이었던 박수현 전 대변인과 부여·청양의 현역 의원이었던 정진석 의원의 지역내 인지도 차이가 빚은 현상"이라며 "합구된 상태로 4년이 흐른 지금의 선거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4년전 나타났던 소지역주의, 이번엔 양상 다를듯
공주보·보령선·서부내륙고속도로 인프라가 현안
과거 충남도청이 공주에 있었다가 1932년 대전에 빼앗긴 뒤, 공주·부여·청양은 전반적으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지역이 낙후돼 있기 때문에 지역 현안으로는 인프라 문제가 최대 화두다.
아직도 지역 내에 철도가 놓이지 않았기 때문에 충남 보령시에 있는 대천역에서 부여~청양~공주를 거쳐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역을 연결하는 철도 보령선 건설 문제가 지역 현안으로 걸려 있다. 공주의 남쪽 끝자락인 이인면 신영리에 있는 KTX공주역 활성화 문제도 관건이다. 서부내륙고속도로와 청양 도시가스 공급 문제도 모두 인프라 관련 현안이다.
정치쟁점으로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돼 인근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발판이 되고 있는 공주보 철거 여부 논란이 있다.
박수현 전 대변인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발전과 관련해 "공주·부여·청양은 지방 소멸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지역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공통적 문제를 갖고 있다"며 "내부의 발전자원과 외부 발전자원을 접목해 공주·부여·청양과 인근 지역을 포용할 수 있는 공약을 시민들께 보고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정진석 의원은 최근 코로나19 위기 확산으로 유튜브를 통해 한 영상출마선언에서 공주와 관련 "공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금강교가 노후화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시민의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기 때문에 제2금강교의 건설예산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부여에 대해서는 홍산산단 조성 확정, 청양에 관해서는 도시가스 공급사업 추진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