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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너의 얼굴은] 아무말 하지 않아도 다 아는 엄마, 김미경


입력 2020.04.07 13:26 수정 2020.04.07 17:10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전은숙 역 맡아 김태희와 모녀 호흡

이전 엄마 캐릭터 회자되며 호평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


'하이바이마마' 김미경.ⓒtvN '하이바이마마' 김미경.ⓒtvN


'엄마'. 부르기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아픈 단어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엄마를 연기해 대중을 울린 배우들이 여럿 있다.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김해숙, 이정은. 이들은 '국민 엄마'로 불리며 자식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드러낸다.


최근 방송되는 작품에서 눈에 띄는 엄마는 tvN '하이바이마마'에서 전은숙 역을 맡은 김미경이다. 애지중지하던 딸 차유리(김태희 분)를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은숙은 드라마 초반 시종일관 담담했다. 딸의 기일날에도 "부모 앞서간 딸이 뭐가 불쌍하냐"며 슬픔을 누르던 그는 결국 딸의 기일날 오열했다.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화장실에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눈물을 씻겨 보냈다. 딸을 잃은 고통을 묵묵히 견뎌내는 김미경의 눈물에 시청자도 울었다.


자신보다 소중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김미경은 긴 대사 없이도 표정 하나, 눈빛 하나로 애끓는 마음을 보여준다. 화려한 기교 없이 담백한 기운이 얼굴에 번진다.


'하이바이마바' 김미경.ⓒtvN '하이바이마바' 김미경.ⓒtvN

죽은 딸을 길가에서 마주쳐 넘어진 장면에서 김미경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실제 죽은 딸이 살아 돌아온 모습을 마주한 엄마처럼 절실한 마음이 얼굴에 묻어났다. 이후 딸을 마주하고 "내 딸 맞아?"라며 되묻는 장면에선 그간 참았던 슬픔, 그리움이 터져나왔다. 손녀를 마음대로 못 보게 돼 미안하다는 딸에게는 "나는 우리 딸이 더 그리웠어"라며 따뜻한 미소로 위로한다.


김미경은 유독 딸들과 케미스트리가 좋다. '고백부부', '또 오해영', '82년생 김지영' 등에서 딸들을 아끼며 응원했다. 명대사도 많이 남겼다. '고백부부'에서 딸 장나라를 안아주며 했던 "부모 없이는 살아도 자식 없이는 못 살어. 이제 그만 네 새끼한테 가"라는 대사는 여전히 회자된다. '또 오해영'에서 "우리 해영이가 뭐 어때서? 왜 해영이 안 좋아해?"라며 도경(에릭 분)에게 쏘아붙이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줬다.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육아에 지친 지영(정유미 분)에게 "너 하고픈 거 해"라고 애틋하게 말하며 이 세상 모든 딸을 토닥여줬다.


'하이바이마마'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등에 업은 엄마다. 은숙은 아직 딸이 귀신인지 모르고, 딸과 헤어져야 하는 사실조차 예상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김미경은 다 아는 것만 같은 얼굴을 한다. 차분하고 담담하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딸의 슬픔과 고민을 아는 듯하다. 엄마가 그렇지 않을까. 내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자식의 슬픔을 오롯이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묵묵히 날 지지해주고 보듬어주는 엄마, 김미경의 얼굴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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