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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경제다] 허리띠 졸라맨 유통가, 미래먹거리 투자는 그대로


입력 2020.04.22 06:00 수정 2020.04.21 22:12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롯데그룹, 임원 급여 일부 반납에 단축근무…'롯데온' 안착에 사활

신세계그룹, 비효율 매장 정리…쓱닷컴 새벽배송 강화 초점

현대백화점그룹, 면세사업 적자에도 회사별 온라인몰 특화 전략 이어나가

홈플러스, 매장 활용 배송 서비스 박차

롯데ON 모바일 화면 ⓒ롯데쇼핑 롯데ON 모바일 화면 ⓒ롯데쇼핑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대표 유통기업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신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달부터 6월까지 급여의 50%를 자진 반납한다. 신 회장이 지난해 롯데지주에서 받은 급여는 20억7206만원이다. 롯데지주 임원·사외이사 33명도 같은 기간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백화점·마트·슈퍼 등을 운영하는 그룹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 임원들도 동참한다. 같은 기간 급여의 20%를 자진 반납한다. 앞서 롯데호텔 임원들도 지난 2월 코로나19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6월까지 급여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은 희망자를 대상으로 주 4일 단축근무를 실시하며 손실 줄이기에 나섰다. 실적 부진에 시달린 롯데하이마트도 지난달 창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동시에 롯데쇼핑은 올해 마트와 슈퍼 등 부실점포 200곳을 정리하는 구조조정 중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것이다. 당시 롯데쇼핑은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하고 재무건전성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롯데의 전례없는 위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영역 중 한 축인 유통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의 2017~2019년 실적을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가운데 당기순손실도 2017년 206억원, 2018년 4650억원, 2019년 8401억원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롯데쇼핑 매출의 36%, 11%를 차지하는 할인점과 슈퍼 부문은 최근 3년간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롯데는 미래먹거리 ‘통 큰’ 투자를 통해 다시 한 번 일어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롯데는 올해 유통부문에서는 온라인 역량 강화에 주력한다.


롯데쇼핑이 이달 말 선보이는 온라인몰 ‘롯데ON’에는 계열사별로 운영되던 7개사(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닷컴, 롯데슈퍼, 롭스,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의 온라인몰 상품이 한데 모인다. 롯데는 2023년까지 e커머스(전자상거래) 취급 규모를 20조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기존 이커머스 기업처럼 오픈마켓 모델도 도입한다. 롯데 플랫폼을 이용하기 원하는 개인과 법인 판매자 상품도 함께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계열사 물건만 팔 때보다 손쉽게 상품 구색을 늘릴 수 있어 판매액 확대와 소비자 대량 유입을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쓱닷컴 배송차량의 모습 ⓒ임유정 기자 쓱닷컴 배송차량의 모습 ⓒ임유정 기자

신세계그룹 역시 오프라인 점포의 혁신과 신성장 동력 마련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영업 성과가 나지 않은 신세계의 헬스앤뷰티(H&B)스토어인 ‘부츠(Boots)몰’ 영업을 종료한다. 오프라인 매장 정리에 맞춰 온라인 판매도 중단하기로 했다. 30개가 넘던 매장 수는 최근 2개로 줄어든 상태다. 올해만 13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도 높은 MD 개편을 진행 중이다. 과감한 인테리어 투자와 해외 유명 브랜드 유치를 통해 젊은층 흡수에 나서고 있다. 리빙(라이프스타일)과 해외‧컨템퍼러리 부문을 집중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마트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대적인 '매장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소비자들이 오래 머무르고 싶은 매장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 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전문점과 온라인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일렉트로마트는 지난해에만 13개 점포를 오픈한데 이어 올해도 10여 개의 점포를 추가 오픈한다.


온라인 강화는 신설 법인 ‘SSG닷컴’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SSG닷컴은 백화점에서부터 이마트 상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상품을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SSG닷컴은 향후 3년 동안 총 1조 3118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출범 당시 외부 투자사로부터 1조원을 유치했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를 7개 추가하는 등 물류 및 배송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SSG닷컴은 현재 용인 1곳, 김포 2곳 등 총 3곳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또 최근에는 같은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로부터 쓱페이를 양도받으며 간편결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쓱페이는 신세계아이앤씨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쓱닷컴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더 해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보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 그리팅 영양사의 반찬가게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그리팅 영양사의 반찬가게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면세점 사업이 고전인 상황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75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동대문 두타몰에 2호점에 이어 인천공항점까지 추가하는 만큼 임차료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회사별로 온라인몰 전문성을 키우는 특화 전략을 통해 탈출구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백화점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은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메이크업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유통업과 결합하는 ‘리테일테크’ 실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섬은 국내 유통·패션 기업 최초로 구매 전에 옷을 미리 입어볼 수 있는 홈피팅 서비스 ‘앳홈’을 도입했다. 현대그린푸드는 건강식단을 정기 구독할 수 있는 ‘케어식단’과 간편건강식·반찬·소스 등을 판매하는 ‘건강마켓’ 등 두 가지 코너를 모은 ‘그리팅몰’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홈플러스 원천 FC ⓒ홈플러스 홈플러스 원천 FC ⓒ홈플러스

온라인 시장 강세로 인해 대형마트 입지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매장을 온라인 강화의 ‘전초 기지’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각지에 위치한 점포를 물류창고로 활용해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송 거리를 극도로 단축시키고, 식품 경쟁력을 온라인 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100여개 점포를 온라인 배송이 가능한 점포로 바꿨고 2021년까지 전국 140개 전 점포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고, 편의점 시장도 많이 비대해지는 등 다양한 유통 채널들이 생기면서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업계는 고객들이 찾고 싶은 매장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미래먹거리’ 강화와 다양한 채널 속 경쟁력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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