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하루 만에 20% 넘게 널뛰기...유증 이슈로 변동성↑
“발행가격 확정 전까지 저점 가능성”...경영권 분쟁 변수로
자금난에 빠진 대한항공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한진그룹주가 출렁이고 있다. 증권가는 이들 주가의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칼의 경우,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서 양 측의 지분율이 역전된 가운데 유상증자 이슈까지 더해져 주가가 당분간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대한항공 주가는 전장 대비 400원(-2.05%) 내린 1만9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한항공우도 3.05% 떨어진 1만7500원으로 마감했다. 두 종목 주가는 최근 2거래일 동안 8% 넘게 하락했다.
전날 5.65% 내린 한진은 이날 5% 이상 반등에 성공했고 한진칼도 소폭 상승(0.62%) 상승했다. 한진칼은 최근 하루 만에 주가가 20% 넘게 급등락 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유상증자 이슈로 주가 예측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한진칼우도 전날 16.13% 빠진 데 이어 이날 2.58% 오르며 하락분을 일부 만회햇다.
대한항공은 최근 유상증자 추진을 위해 주요 증권사들과 주간사 선정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 규모는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측은 전날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등을 내부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4조원이 넘는 차입금과 고정비 지출에 들어갈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주가는 유상증자에 대한 발행가격이 확정되기 전까지 저점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가 단행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과거 대한항공의 사례를 보면 유상증자 공시 다음날이 주가의 저점이었다”면서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이후 확정발행가격 산정일까지 바닥을 형성하다 발행가격 확정 이후 우상향했다”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과거 두 차례 유상증자 상황과 지금의 영업환경이 다르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될 때까지 필요한 현금을 확충한다면 주가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주가가 약 40% 희석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주당순자산가치(BPS)의 희석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대한항공이 전일 종가 1만9550원에서 20% 할인된 금액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가정해보면 신규발행한 주식 수는 약 6394만주”라며 “주가는 약 40% 정도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BPS는 증자를 통해 확충하는 자본과 늘어나는 주식 수 비중이 비슷할 것으로 보여, 2021년 BPS는 1만9100원으로 증자 전 대비 약 11% 희석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증권가는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 역시 유상증자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연구원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시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증자 참여에 부족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친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 3자연합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지켜냈다. 하지만 3자연합이 지속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4월 현재 지분율이 역전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칼이 유증을 단행해 성공한다면 조 회장 측은 우호세력을 늘려 경영권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현재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보통주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회사가 1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가정하면 지분율 유지를 위해 약 3000억원의 유증대금 납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한진칼의 유동 자금은 약 1892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에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의 유증재원 마련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의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유동화 혹은 칼호텔 네트웍스의 지분 매각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규모의 유상증자와 정부의 신용보강 등 항공산업 지원대책으로 재무적 리스크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해소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짚었다.
결국 전문가들은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지원정책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 추진 가능성이 제기된 근거가 정부지원을 염두에 둔 자구노력인 만큼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지원규모와 방식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