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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소소한 영화관] 소년 수환의 맑은 위로…'저 산 너머'


입력 2020.04.30 00:03 수정 2020.04.30 00:04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아역 이경훈 260대 1 뚫고 발탁

'해로' 최종태 감독 연출

<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저 산 너머 포스터.ⓒ리틀빅픽쳐스 '저 산 너머 포스터.ⓒ리틀빅픽쳐스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으로 평가받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보는 것 자체로 마음이 맑고 청량해지는 영화 '저 산 너머'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첫 극영화다. 고(故) 정채봉 작가가 김 추기경 삶과 정신을 담아 엮어낸 책 '저 산 너머'가 원작이다.


1928년 경북 군위, 8남매의 막내인 일곱 살 소년 수환(이경훈 분)은 따뜻한 엄마(이항나 분), 아픈 아버지(안내상 분), 형 동한(전상현 분)과 함께 산다. 찢어질 듯 가난한 삶 속에서 엄마는 아버지를 대신해 일터에 나가 돈을 벌고, 수환은 그런 엄마를 살뜰히 챙기며 쫓아다닌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수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천주에 대한 믿음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간다.


어린 수환의 어린 시절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다.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고, 과일 서리를 하고, 어떨 땐 다투기도 한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해성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환의 어머니는 사제 서품식을 본 뒤 두 아들에게 신부의 꿈을 심어준다. 형인 동한은 어머니의 뜻을 따르지만 수환은 홀로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를 돕고자 인삼장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고민하던 수환은 먼저 사제를 결심하고 자신을 떠난 형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마침내 깨닫는다. '마음밭'에 무엇을 심을지. 가족의 사랑을 기반으로 한 씨앗은 수환의 가슴 속에 자리 잡는다.


'저 산 너머'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수환의 맑은 기운과 가족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씨는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간 자극적인 영상에만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담백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도 소소한 위로가 된다.


'저 산 너머 포스터.ⓒ리틀빅픽쳐스 '저 산 너머 포스터.ⓒ리틀빅픽쳐스

스크린에 펼쳐진 풍경 또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푸르른 들판, 산, 고즈넉한 농촌의 아름다운 풍격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수환 역을 맡은 아역 이경훈은 영화의 8할을 차지한다. 2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그는 수환의 맑고 순수한 얼굴을 오롯이 표현했다. 두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지을 때면 나도 눈물이 나고, 어머니를 보며 환하게 웃을 때도 덩달아 미소를 짓게 된다. 어떤 감정 연기도 도화지처럼 흡수하며 영화의 전반을 이끈다.


영화는 특정 종교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린 김수환의 삶, 성장, 깨달음에 초점을 맞춘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지나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어린 수환은 인간답고 정직하다.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삶이다.


'저 산 너머'는 불교 신자인 남상원 아이디앤플래닝그룹의 통 큰 투자를 받고 개봉할 수 있었다. 남 회장은 제작부터 배급까지 총 40억원을 투자했다. 종교와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시기에 개봉하는 것과 관련해 최종태 감독은 "코로나19에 '저 산 너머'가 희망이 됐으면 한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잊고 지냈는지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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