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회동에 삼성SDI 벨류체인 기업 이틀간 48%↑
“자율주행 등 장기적 협력 기대...삼성SDI에 큰 기회 될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손을 잡으면서 관련 종목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시장에선 전기차 외에도 미래차의 다양한 분야에서 두 그룹이 협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소재업체의 행보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SDI는 전장 대비 1500원(-0.48%) 내린 3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도 에코프로비엠(1.08%), 일진머티리얼즈(0.71%), 천보(-0.43%), 포스코케미칼(-1.88%). 신흥에스이씨(-2.34%) 등이 지난 13일 많게는 약 15%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거나 소폭 하락했다. 이들 종목 대부분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협력사다.
특히 지난 13일 상한가를 기록한 동화기업은 이날도 큰 폭 상승(14.48%) 마감해 눈길을 끌었다. 동화기업은 지난해 2차전지 전해액 제조사인 파낙스이텍을 인수했다. 파낙스이텍은 삼성SDI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에코프로비엠도 작년 삼성SDI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일진머티리얼즈도 전지박을 삼성SDI에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장치를 만드는 신흥에스이씨는 삼성SDI와 헝가리에 동반 진출했다.
2차전지주의 주가 상승은 재계 1·2위인 삼성·현대자동차그룹이 함께 전기차 산업 육성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3일 오전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와 관련해 회동했다. 삼성과 현대차 총수가 사업 목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800㎞에 이르는 전고체전지 혁신기술을 발표했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을 구현하고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선 이번 만남을 통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 현대차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 간 협업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현대차가 개발할 신형 전기차에 삼성SDI의 차세대 배터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LG화학 배터리를,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적용해 왔다.
증권가도 이번 회동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미래차를 둘러싸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협력할 분야가 늘어나면서 장기적 협력관계로 발전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동의 주제였던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부품, 자율주행 분야까지 협업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현대차 입장에선 전기차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단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나 수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협력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두 기업은 이번 회동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해 중점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다만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연구 중인 해당 기술은 상용화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동으로 단기에 현대차향 2차전지 납품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두 그룹이 긴 시간이 필요한 차세대 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게 되면, 현재 상용화된 타입으로 협력 관계를 넓히는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있을 전망”이라며 “삼성SDI에겐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일 것”이라고 짚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SDI는 전기차용 2차전지 공급업체로 부각될 수 있다”면서 “생산시설이 한국, 중국, 유럽, 말레이시아 등으로 다변화되어 있고 생산 가능 2차전지 디자인이 각형, 원통형 등으로 다양하다”고 부명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소재업체의 성장성이 부각된 상황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변화에 따른 업체별 기회요인도 점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하이니켈 제조와 기술·개발(R&D) 대응을 통해 고객사 기술 트랜드에 적극 대응하고 있고, 포스코케미칼은 전고체 배터리 변화에도 흑연계 음극재 사용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진머티리얼즈는 전고체 특성에 적합한 니켈박을 이미 생산한 경험이 있어 순조로운 대응이 가능하고, 천보는 국내 전고체 소재 국책과제를 진행 중이며 동박 및 소재부식을 최소화하는 F전해질(LiFSI)을 이미 생산 판매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