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수록 자녀계획 줄어
여성은 신뢰 수준 따라 출산 의향 확연히 달라져
스스로를 사회에서 낮은 위치에 있다고 여기는 청년일수록 자녀를 가질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가 공정하지 않고 믿을 수 없다고 느낄수록 출산 의향은 더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3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의 주관적 계층 인식과 자녀계획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연세대 연구팀이 전국 20~39세 청년 993명을 분석한 결과, 자녀계획이 없는 집단은 공통적으로 주관적 계층 인식과 사회 공정성, 신뢰도 인식이 낮았다.
이들은 사회에서 자신과 자녀가 더 나은 계층으로 이동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신이 자녀 출산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 59.6%, 여성 42.3%로 성별 간 격차가 17.3%p에 달했다. 사회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 인식 점수도 남성(2.85점)이 여성(2.61점)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여성 청년의 경우 사회에 대한 신뢰 수준이 자녀계획 여부에 보다 밀접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향은 통계적으로도 뒷받침됐다.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여성 청년의 경우 주관적 계층 인식이 높을수록 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높았다. 동시에 사회를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인식할수록 자녀계획 가능성도 올라갔다.
연구에서는 공정성과 신뢰 인식이 낮은 여성에게서 자녀계획 비율이 크게 떨어지는 패턴이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소득이나 직업 수준보다 개인이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출산 계획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반면, 남성 청년에게서는 공정성과 신뢰 인식의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여성은 경력 단절, 저임금, 승진 차별 등 구조적 제약을 더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만큼 사회 전반에 대한 인식이 출산 결정에 더 깊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계층 인식과 출산 의향의 관계는 ‘미래 자녀의 계층’에 대한 기대와도 연결됐다. 연구에 따르면 자녀가 앞으로 어떤 사회경제적 위치에 놓일지를 비관적으로 예상할수록 자녀계획을 포기하는 경향이 강했다. ‘나도 힘든데, 아이도 나처럼 살게 될까 봐’라는 불안감이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계획하지 않는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청년 세대가 자녀계획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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