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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갔어요”…정부, 허위 부동산매물 근절 나섰지만 ‘한계’


입력 2020.05.26 05:00 수정 2020.05.25 17:58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1분기 허위매물 신고 4만건…지난해 대비 126% 증가

‘고의성’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 어려워…“시스템 개선 필요”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소 외벽에 시세정보가 붙어있다.ⓒ뉴시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소 외벽에 시세정보가 붙어있다.ⓒ뉴시스

“아 그건 어제 계약된 건데, 깜빡하고 안 내렸네요.”


최근 온라인으로 전셋집 매물을 알아보고 있는 A씨는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답변을 수차례 들었다. 올라와 있는 매물 중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 눈에 띄어 전화를 했는데, 이미 계약된 상태라며 더 비싼 가격의 다른 매물을 소개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미끼’ 매물인 셈이다.


26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는 3만887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195건 대비 126.1% 늘어 2배 이상 급증했다.


존재하지 않거나 당장 팔 수 없는 매물을 미끼로 현혹하거나, 동‧층‧향‧가격 등의 정보를 실제와 다르게 기재하는 등의 가짜 매물이나 거짓된 정보로 실수요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가 계속 됨에도, 이를 통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결국 정부가 팔을 걷어 붙였다.


국토교통부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오는 8월 21일부터 허위매물을 올리는 등 부당한 표시·광고를 한 공인중개사에 대해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매물을 올린 것뿐만 아니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이미 거래가 완료된 매물을 계속 띄워 놓는 행위 등도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관련 업계도 허위매물 근절에 칼을 뽑아든 정부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허위매물로 확정, 과태료 처분하기 위해선 공인중개사의 ‘고의성’이 확인돼야 하는 점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미 거래가 완료된 매물을 올려놨어도 공인중개사가 “몰랐다”고 하면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의 입장도 난감하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여러 공인중개소에 매물을 내놨을 경우, 다른 공인중개소에서 거래가 되면 집주인이 따로 통보를 해주거나 실거래가 뜨기 전까지 거래 여부를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경호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도 집주인한테 연락하면 며칠 전에 계약했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물론 의도적인 허위매물도 있겠지만 의도치 않은 것도 상당수인데,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주인 확인을 거친 매물만 올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한다면, 전반적으로 매물 수가 감소하긴 하겠지만 그만큼 허위매물도 크게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터넷 포털의 경우 거래가 완료될 경우 중복된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소에 거래 사실을 통보해 노출 종료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 같은 방식이 개별적인 부동산 중개 서비스 플랫폼까진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박엘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기획팀장은 “거래 완료 매물에 있어서 공적 영역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실거래 시스템에서 거래 상태를 하나씩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거래 데이터가 제공된다면 전담 기구나 인터넷 포털, 중개 플랫폼 등이 허위매물을 확인하기에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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