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보강 시급했던 두산, 홍건희로 채울 예정
내야 불안한 KIA도 주전급 류지혁 확보 성공
포지션 보강이 시급했던 두산과 KIA가 1:1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두산은 7일 내야수 류지혁(26)을 보내고, 투수 홍건희(28)를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올 시즌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당장 구멍을 메울 자원이 필요했고 ‘슈퍼 서브’라 불리는 류지혁 카드를 꺼내들게 됐다.
KIA 역시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라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야수진의 선수층이 얇은 KIA는 주전 내야수의 공백이 발생했을 때마다 골머리를 앓아왔고, 유망주 투수를 내주면서 주전급 야수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두 선수를 당장 저울에 올려놓는다면 KIA쪽으로 무게 추가 기우는 게 사실이다.
KIA가 품게 된 류지혁은 지난 7년간 497경기 출전했고 타율 0.267 8홈런 102타점 35도루를 기록했다. 크게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나 주로 교체로 투입돼 올린 성적이라는 점에서 꾸준한 출장 기회를 보장받는다면 타격 성적이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류지혁의 장점은 역시나 수비다. 류지혁은 수비가 강하다는 두산 내야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수비력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선수다. 이는 최근 수비 불안에 빠진 KIA 내야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두산도 마냥 ‘퍼주기 트레이드’를 한 것은 아니다. ‘디펜딩 챔피언’인 두산은 올 시즌도 패권을 노리는 우승 후보 0순위다. 큰 무대 경험을 많이 한 만큼 우승으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마운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두산은 지난달 SK와의 2:2 트레이드에서도 백업 포수 이흥련을 내주면서 젊고 가능성 있는 투수인 이승진을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심산이었다.
두 팀의 트레이드는 무려 15년 만이다. 그리고 당시 트레이드는 역사에 남을 선수 교환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때는 200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KIA는 대대적인 리빌딩이 필요했고, 포스트시즌용 1선발이 필요했던 두산은 각각 미래와 현재를 맞바꾸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유니폼을 바꿔 입은 선수가 전병두와 다니엘 리오스, 김주호였다.
특히 리오스의 영입은 두산 입장에서 신의 한 수와 다름없었다. 리오스는 두산 유니폼을 입자마자 에이스 역할을 부여받았고, 특히 입단 3년차였던 2007년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의 괴물급 활약을 펼쳐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와 시즌 MVP까지 휩쓸었다.
KIA 입장에서는 많은 기대를 했던 전병두의 더딘 성장이 다소 아쉬웠지만, 사실상 트레이드 슬롯에 포함된 외국인 투수 세스 그레이싱어가 2년간 에이스로 활약해주면서 위안을 가질 수 있었다.
KIA와 두산의 트레이드 승자가 누가 될 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 당장 선수 기량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더라도 각자의 팀 사정이 있는 것이고, 이에 따라 필요한 포지션을 채운 두 구단이다. 15년 전처럼 윈윈 트레이드로 기록될지, 앞으로가 더 중요한 류지혁과 홍건희의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