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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조선족 혐오 논란 '청년경찰'의 사과, 어떻게 봐야 하나


입력 2020.06.20 00:39 수정 2020.06.20 11:12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법원, 화해 권고 결정에 온라인 '시끌'

"혐오 표현 신중하게 생각해야"

'청년경찰'ⓒ롯데엔터테인먼트 '청년경찰'ⓒ롯데엔터테인먼트

66만 746명. 2017년 국내 거주 중국 동포 숫자다. 대림동에 거주하는 이들은 1만 3792명이었다. 이들이 당시 영화 ‘청년경찰’ 때문에 분노했다. 자신들을 비하했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개봉 후 560만 관객을 모은 ‘청년경찰’은 박서준‧강하늘이 연기한 두 경찰대생이 눈앞에서 목격한 납치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수사물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림동을 강도·납치를 비롯해 장기 밀매, 난자 적출 등 강력 범죄의 소굴로 묘사했다.


특히 대림동을 향한 “이 동네 조선족들만 사는데 밤에 칼부림도 많이 나요. 여권 없는 범죄자들도 많아서 경찰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해선 길거리 다니지 마세요”등의 대사는 중국 동포들을 바로 자극했다. 이들은 상영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일부 동포들은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3년이 지난 2020년 3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2부(정철민 부장판사)는 중국 동포 김모씨 외 61명이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 무비락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예술 작품 속 혐오 표현에 법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제작사는 결국 중국 동포들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


영화 속 중국 동포를 향한 혐오 표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80만명을 모은 ‘범죄도시’에서 조선족들은 무자비한 조직폭력배였고, ‘신세계’와 ‘황해’에서는 잔혹한 청부살인범으로 등장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채무자의 장기를 매매하는 폭력조직 일원으로 중국 동포가 등장하고, ‘공모자들’은 직접적으로 중국 동포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이들이 연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스토리였다.


특히 ‘범죄도시’는 ‘청년경찰’이 중국 동포 혐오 표현 논란에 휩싸인 그 해에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 영화는 2004년 실제 벌어졌던 중국 동포 사건을 모티브로 했고, 주민들이 형사와 함께 형사와 악인들을 잡는다는 설정으로 더 큰 논란을 키우진 않았다.


'청년경찰'ⓒ롯데엔터테인먼트 '청년경찰'ⓒ롯데엔터테인먼트

법원의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은 시끌시끌했다. 적잖은 이들이 판결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판결 논리대로라면 영화에서 그 어떤 존재도 부정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자칫 예술에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할지라도 다뤄지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얻고 있다. 여기에 영화가 가진 영향력까지 따져야 한다.


중국 동포 측 법률대리인인 조영관 변호사는 MBC 라디오에 나와 ‘사회적 약자’ 보호에 주목했다. 조 변호사는 “예술 작품 속 표현의 자유가 넓게 인정돼야 하는 부분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혐오 표현의 대상이 권력이 없는 소수집단이 경우 문제가 된다. 소수자나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 표현은 결국 그 사람들에게 더 열악한 차별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나 인종차별이 문제다’ 혹은 ‘이걸 개선해보자’ 이런 움직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건 맞지만 영화를 만들 때 ‘혐오 표현’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허구적 이야기라고 알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라며 “혐오 표현을 가볍게 생각하면 더 자극적인 장면이 담길 수 있다. 제작사나 감독은 영화가 개봉해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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