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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폭풍] 김용태 "기업 도와도 모자랄 판에 목 조르는 입법이라니"


입력 2020.06.22 04:00 수정 2020.06.22 04:34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경제 위기 극복할 견인차 역할은 기업이…반기업 입법, 정말 철 모르는 소리

기업 지배구조 개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정부, 규제완화·기업 경영 위한 인프라 설치 집중해야…본인들이 나서지 말라

기본소득, 한 번 논의해볼 수 있다고 생각"

김용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 인터뷰.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악화된 경영환경으로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외치면서도 정작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 개선은 외면하고 있으며 과도한 입법으로 오히려 기업들의 경영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게 하는 정치와 경제의 난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정치권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용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부터 포퓰리즘적이며 반기업적인 경제 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해 온 인물이다. <문재인 포퓰리즘>이라는 저서를 직접 집필해 문 정부 하의 대한민국 경제 몰락을 경고하기도 했다.


여의도 의정생활 동안 주로 정무위원회에 몸 담으며 공정거래 및 금융 관련 입법 활동에 주력했고, 각종 규제의 개혁적 완화를 통한 기업 경영 활로 모색에 집중했던 김 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탄생한 거대여당의 반기업 입법 기조를 '철부지들의 철 모르는 소리'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방파제 역할을 하며 근본적으로 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주체는 기업이다"며 "지금 기업이 국민들 이상으로 어려운 데, 이럴 때 기업을 도와주고 이들에 용기를 줄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서 시행해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목을 조르는 입법이라니 정말 철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재벌개혁을 위시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발의하고 있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들을 두고 김 전 의원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며 "이 세상에 '이런 게 좋은 지배구조다'라고 정해놓은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기업이 어떤 전략을 짜서 새로운 흐름에 맞는 경영을 하고, 위기 대응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 집행도 바쁜데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들어가는 순간 기업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고 경고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 한국판 뉴딜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 확장 정책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알맞는 인프라를 까는 데 재정이 투여된다는 조건 하에 동의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을 정부가 본인들이 하려 하면 안 된다. 기업들이 하도록 해야 하고 정부는 그에 필요한 인프라를 보전해 줘야 한다.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역시 규제완화"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기본소득' 아젠다에 관련해서 김 전 의원은 "일단 바뀌려면 시도를 해야 한다. 시도를 해야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라며 "전통적 지지자들에게 엄두가 안 나는 주장일지라도 한 번 논의해보자, 얘기해서 가능한 안을 만들어보자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용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 인터뷰.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는 등 정치권에 반기업 입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견해가 어떤가


"세상일에는 시중이 있는 것이다. 지금이 반기업 입법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현재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주체는 기업이다. 지금 기업이 국민들 이상으로 어려운 데, 이럴 때 기업을 도와주고 이들에 용기를 줄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서 시행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목을 조르는 입법이 중요한가. 정말로 철을 모르는 철부지 같은 것이다.


자기들이 어마어마한 의석을 얻었기 때문에 하겠다 주장하는 소위 '기업개혁'의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거래'가 그것이다. 공정거래를 위한 노력은 오케이다. 다만 지배구조는 절대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 지배구조는 규범이나 가치의 문제가 아니다. 지배구조는 효율과 역사의 문제로, 이러이러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 잘 되면 그게 좋은 지배구조다.


명확하게 규정된 '좋은 지배구조'라는 게 없다는 얘기다. 한 기업이 이익을 내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배당을 주며 투자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다시금 더 많은 국부를 이뤄낸다면 그게 좋은 기업이고 좋은 지배구조다. 그런데 누가 함부로 이에 대해 얘기하고 강제할 수 있겠나. 전세계에 '이런 게 옳은 지배구조다'라고 규정해 놓은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이를 법으로 규제하려 하다니, 특히나 지배구조의 문제는 기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문제다. 이 지배구조를 강제로 변경하려 한다면 기업하는 모든 사람들이 활동을 접고 지배구조를 지키기 위해서만 올인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어떤 전략을 짜서 새로운 흐름에 맞는 경영을 하고, 위기 대응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집행과 전략을 짜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 집행도 바쁜데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들어가는 순간 기업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공정거래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것을 고쳐나가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특히 공정거래에 관해서는 대기업에 더욱 엄정하게 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게 어떠한 경우에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법의 테두리가 어떤 의미냐면, 우리 경제의 가장 핵심인 시장경제체제의 자유와 선택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경제 각각의 주체들이 자기 필요에 의해, 자기 이익을 쫓아서 계약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본질인 자유와 선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힘 있는 사람이 힘 없는 사람을 몰아세우며 불공정하게 계약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문제이지만 결과가 불공정하다고 사전부터 그 계약을 법률로서 규제하고, 계약의 틀이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장경제의 본질을 완전히 말살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행보가 빈대 잡으려고 하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정신나간 짓이다. 대기업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다간 완전히 남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 투기자본들한테 경영권을 빼앗기는 것이다. 이런 뻔한 우를 범할 것인가. 대기업 총수의 전횡을 막겠다는 의도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초래한 경영권 위험 때문에 기업 전체가 날라가 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일을 지금 하면 안 된다"


-정부가 계속해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띄우고 있다. 현실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지


"저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다만 이 뉴딜 정책이 철저하게 4차 산업혁명에 알맞는 인프라를 까는 데 투여된다는 조건 하에 동의하는데, 이번에 내용을보니 그렇게 보이지는 않더라.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프라보다 중요한 것이 규제개혁이다. 전세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어마어마하게 앞서나가고 있는데 우리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건 오로지 규제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제조업 방식의 성장이 주가 됐던 시대에 제조업을 규율하기 위해 법률, 정책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의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포지티브 규제가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기술이 어떤 영역에서 돈을 벌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무 규제도 없다는 전제 하에 부작용이 생기면 이 부작용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정부가 영역을 규정하고 그 영역 안에서만 기업을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아무 것도 못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뤄내고 싶다면 규제개혁부터 하라. 그 이후에 정부는 기업들의 경영에 필요한 인프라를 까는 데 집중해야 한다. 너무나 간단한 문제다. 정부가 직접 하려고 하면 시간과 돈만 더 든다"


김용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 인터뷰.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촉발된 '기본소득제', '전일보육제' 등의 이슈가 화제다. 개인적 견해는


"단호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문제는 반드시 논의 해야 한다. 우리는 선거에서 졌다. 지금까지 우리가 그렇게 신줏단지 모시듯이 생각했던 보수 가치를 내세워서 졌다. 그럼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일단 바뀌려면 시도를 해야 한다. 시도를 해야 결과가 나온다. 소위 인풋과 아웃풋이 똑같으면 썸씽을 바꿔야하지 않겠나. 김종인 위원장은 보수를 재건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야당을 재건하러 온 사람이다. 야당 재건의 관건은 바로 '국민의 관심'이다. 통합당의 전통적 지지자에 더해 중도보수와 중도진보의 국민들, 더 좁힌다면 우리를 거들떠도 보지 않던 청년들과 여성들의 관심을 얻어야 한다. 그걸 얻기 위해 김 위원장이 이런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전통적 지지자들에게 엄두가 안 나는 주장일지라도 한 번 논의해보자, 얘기해서 가능한 안을 만들어보자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을 재건해서 문재인 대통령 마음대로 나라를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 그 힘은 103석으로는 만들지 못한다. 오로지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할 수 있다"


-3차 추경론에 대한 견해는


"개원 국회에서 추경 문제를 다루는 게 초유의 일인데, 일단 추경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이 돈을 허튼 데 쓰지 말고 기업들이 망하지 않도록 이 곳에 돈을 쓰자는 것이다. 그것도 파격적인 조건으로, 기업들이 망하지 않도록 경쟁력 유지를 위해 쓰자. 추후 충분히 환수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미 망해버린 다음에 아무리 돈을 줘봤자 환수가 안 된다.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 및 실업급여에 재정 투입? 그것들은 모두 다 로스다. 기업들을 지원해 처음부터 실업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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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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