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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로 명함 바꿔도 안 통해…쏘울 부스터의 굴욕


입력 2020.07.17 07:00 수정 2020.07.16 17:1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높은 전고·셀토스와 동일 플랫폼에도 낮은 지상고로 매력 못살려

상반기 월평균 100대 턱걸이…미국 수출 수요 많아 라인업 유지

쏘울 부스터. ⓒ기아자동차 쏘울 부스터. ⓒ기아자동차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들이 큰 인기를 얻으며 엔트리카(생애 첫 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서도 기아자동차 쏘울 부스터만 유독 부진한 판매실적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회사측의 의도와는 달리 시장에서 ‘SUV’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쏘울 판매실적은 712대로 월평균 100대를 간신히 넘어선다. 개소세 인하 효과가 있기 전인 1월과 2월에는 100대에도 못 미쳤다.


쏘울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셀토스를 비롯, 르노삼성 XM3가 월평균 5000대 내외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고,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도 물량 공급 한계 속에서도 월평균 세 자릿수 이상 판매를 찍으며 소형 SUV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쏘울의 실적은 더욱 초라해 보인다.


심지어 쏘울보다 더 오래된 차종인 쌍용차 티볼리나 현대차 코나, 기아차 니로도 월 수천 대씩 팔린다.


쏘울은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지난 2008년만 해도 그 이전까지 국내에 없던 박스카라는 신선한 모습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2013년에 나온 2세대 모델부터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풀체인지 모델이 노후화된 구형 모델 판매실적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1월 3세대 모델인 지금의 쏘울 부스터를 통해 반등을 노렸으나 여전히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2018년 월평균 200대에 머물렀던 판매를 지난해 400여대로 끌어올리긴 했으나 여전히 초라한 실적이었다.


올 상반기에는 다시 월평균 100여대로 쪼그라들며 기아차의 국내 판매 라인업에서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돼 버린 것이다.


소형 SUV 열풍 속에서 유독 쏘울만 부진한 것은 결국 회사측의 ‘SUV 마케팅’ 전략이 먹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기아차는 2세대 쏘울까지만 해도 ‘박스카’라는 수식어를 붙였으나, 3세대 쏘울 부스터는 ‘소형 SUV’로 정의했다. 박스카의 희소성이 많이 희석된 상황에서 사실상 해치백화 돼버린 쏘울로는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승산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쏘울 부스터의 전고(1615mm)는 웬만한 소형 SUV보다 높으며 플랫폼도 소형 SUV인 현대차 코나 및 기아차 셀토스와 공유한다. 회사측에서 SUV로 정의한들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디자인적으로 쏘울 부스터가 SUV라는 점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고는 높지만 지상고가 낮아 지면으로부터 높게 솟아 오른 SUV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전고와 낮은 지상고는 외형 대비 실내공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디자인적 만족도나 간혹 있을 비포장도로 주행 등에서 SUV 고유의 장점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오히려 높은 지상고와 상대적으로 낮은 전고를 갖춘 XM3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차의 전고는 1570mm로 쏘울보다 45mm나 낮지만 소형 SUV중 가장 높은 지상고를 갖춘 덕에 당당하게 SUV로 인정받는다. 판매량도 매달 셀토스와 1위를 다툴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낮은 지상고가 핸디캡으로 작용한 모델은 쏘울 외에도 또 있다. 바로 기아차 스토닉이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판매실적이 400대에도 못 미친다.


스토닉은 태생부터 ‘소형 SUV’로 불려왔고,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지만, SUV로 불리기엔 다소 납작한 자세로 인해 이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나지 못했고, 경쟁력 있는 소형 SUV들이 잇따라 출시됨에 따라 더욱 외면 받는 추세다.


기아차에게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쏘울은 ‘계륵’ 같은 존재지만 굳이 디자인을 SUV답게 개선하거나 단종시킬 계획은 없다. 이 차는 애초에 내수용이 아니라 미국 수출용으로 개발된 차기 때문이다. 쏘울은 미국에서 연간 10만대 가까이 팔리는 인기 차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 전용 차종이 판매량이 월 100여대 수준에 그친다면 생산라인 효율화 차원에서 정리하는 게 맞다”면서 “하지만 쏘울의 경우 어차피 미국 수출용으로 생산해야 하고, 별도의 개발비도 투입되지 않는 만큼 수요가 존재한다면 명맥을 유지하는 게 손해 볼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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