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류 박주민 출마…이낙연·김부겸의 친문 '충성경쟁' 촉발

체급 작지만 주류 측 후보 출마로 요동

박주민 파괴력 정도에 대해선 의견 분분

친문 향한 선명성 경쟁 촉발 효과 분명

당권주자들, 차별화냐 친문화냐 갈림길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의원.ⓒ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의 출마선언으로 차기 민주당 당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비주류' 후보 2파전에서, 체급은 작지만 주류 측 후보가 나왔다는 점에서다. 대세흐름이나 판도를 바꿀 순 없더라도, 선거의 중심을 ‘친문’으로 옮기기에는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의원 자체의 파괴력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박 의원이 △이른바 '신주류'의 중심이라는 점 △강성 친문 지지층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 △비대면 전당대회 상황에서 온라인에 강하다는 점 등을 들어 영향이 적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번 전당대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인재이자 세월호 변호사라는 타이틀로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얻어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이낙연계로 통하는 한 중진의원은 2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전 총리의 표는 주로 현역의원과 지역위원장 중심의 대의원 표가 많기 때문에, (박 의원의 출마가) 큰 흐름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상당한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박 의원이 온라인 쪽에 상당히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판을 흔들 수도 있다"며 "이 전 총리도 김 전 장관도 적통이 아니기 때문에 강청 친문 입장에서 당선되기 어렵더라도 박주민을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의미있는 득표율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1인 2표제의 최고위원 선거와 달리 한 표 밖에 행사하지 못하는 당대표 선거에서 무게감이 약한 후보를 찍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무엇보다 박 의원이 민주당과의 인연이 그리 깊지 않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의 한 핵심 전략통은 "박 의원이 신주류인 것은 맞지만, 파괴력이 크다고 보긴 힘들다. 당에 뿌리가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서울 수도권에서는 파급력이 조금 있을 수 있지만, 지방에 있는 지역위원장들이나 대의원과 얼마나 교류가 있었는지 보면 부정적이다. 특히 (대의원이 많은) 호남에서는 파괴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 안팎의 공통적인 전망은 박 의원의 출마로 당권주자들의 '친문구애'가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주류 후보들의 친문표심 경쟁이 있던 상황에서, 주류 측 후보의 등장으로 친문 '선명성' 경쟁이 더 치열하게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이 전 총리에 비해 후발주자인 김 전 장관은 친노·친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선명한 메시지를 쏟아내는 형국이다. 미래통합당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어깃장"이라고 매도했으며, 검찰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라며 '친문'과의 정서적 유대를 강조하기도 했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민감한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선거가 진행됨에 따라 입장표명 요구가 강해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친노와 86세대의 구주류,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출신 위주 초재선 신주류가 있다. 주류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차기 대선후보들과 유력 당권주자들만 비주류인 상황"이라며 "주류들은 뒷짐지고 구경하고, 비주류들이 앞에 나서 뽐내는 판이다. 이 분들이 무엇을 가지고 주류에게 어필할 것인지가 핵심 관전포인트"라고 했다.

이현종 논설위원은 "친문진영 한 켠의 걱정은 이낙연 대세론이 너무 빨리 강하게 형성되면 권력누수가 생기고 레임덕이 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전 총리가 간신히 이기는 구도를 만들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차별화 대신 '친문화' 시키는 그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