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민 PD 연출…코미디 확장성 추구
시도 자체는 의미…숏폼 형태 호불호
지상파 KBS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들이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뭉쳤다. '장르만 코미디'를 통해서다. 장르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숏폼(Short-form:짧은 형식)이다. 시청자들의 영상 시청 패턴이 10분 안팎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TV 코미디에서도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숏폼 형태의 예능은 올해 초 나영석 PD의 옴니버스 예능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금금밤)에서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나 PD는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은 변하고 있는데, 70분짜리 방송을 던져 놓고 알아서 끊어 보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짧은 콘텐츠 여러 개를 묶었다"고 밝혔다.
야심 차게 출발한 '금금밤'은 생각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콘텐츠의 길이만 줄였을 뿐이지, 그간 많이 봐왔던 나영석표 예능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나영석 예능의 단골로 꼽힌 이서진, 이승기도 힘을 내지 못했다. 나영석 PD 역시 시청률은 기대하지 않고 만들었다고 할 만큼 실험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장르만 코미디'는 이런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다양한 소재의 '숏폼 드라마'로 구성돼 웹툰, 드라마, 예능, 음악 등 여러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코미디의 확장성을 추구한다.
'개그콘서트' 출신 서수민 PD가 연출을 맡아 1회에서 '끝까지 보면 소름 돋는 이야기'(이하 '끝보소'), '억G&조G', '장르만x연예인', '찰리의 콘텐츠거래소', '쀼의 세계' 코너를 선보였다. 모든 코너는 '코미디=공개 코미디'라는 천편일률적인 공식에서 벗어났다. 특히 안영미와 유세윤이 나온 '쀼의 세계'는 '부부의 세계'를 감칠맛 나게 패러디해 웃음을 선사했다. 프로그램 제작진도 '쀼의 세계'를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 관련 영상이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준호, 김준현, 유세윤, 허경환, 안영미, 이수지 등 최근 '개그콘서서트'를 떠나보낸 KBS 출신 개그맨들이 프로그램을 채운 점도 눈길을 끈다. '개콘' 출신의 PD가 '개콘' 개그맨들을 모아다가 만든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JTBC표 개콘'이라는 평가도 있다.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데다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상황에서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시도라는 이유에서다.
김헌식 평론가는 "숏폼 코미디라는 형태가 신선하고 의미가 있다"며 "예능 트렌드와 방송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이 이어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반응도 나온다. 몇몇 코너를 제외하곤 '개콘'에서 선보였던 콩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화제가 된 '쀼의 세계'에서는 개그맨들보다 '국민 시어머니' 서권순이 더 눈에 띄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숏폼 코미디 형태에 대해서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숏폼 영상 플랫폼인 틱톡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브라운관 속 숏폼 코미디에 열광할지도 의문이다. 초반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다. 1회부터 3회 시청률은 1.1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기준), 1.129%, 1.436%로 1%대에 그쳤다.
김헌식 평론가는 "숏폼은 이미 온라인에서 유행한 형태이며,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며 "방송사에서 시도했을 때 의미는 있지만 시청률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웃음 코드가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변하는 시대에서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코미디가 필요하다"며 "젊은 세대들에겐 방송용 코미디보다 틱톡이 훨씬 재밌게 느껴질 수 있다. SNS나 온라인에서 유행할 수 있는 코미디 콘텐츠를 만들거나 편집해서 시청자들을 본방송으로 유입게하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