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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우성 "분단국가 한국 대통령, 외롭고 무기력 했죠"


입력 2020.07.28 06:00 수정 2020.07.27 20:31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강철비2:정상회담'서 대통령 한경재 역

"정치적 시선, 작품에 폐끼칠까 고민"

'강철비2:정상회담' 정우성.ⓒ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정상회담' 정우성.ⓒ롯데엔터테인먼트

"제 정치적인 이미지가 더해지면 영화가 험난한 길을 걸을까봐 걱정했죠."


사회 문제에 소신을 밝혀온 배우 정우성(47)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곤 한다. 배우 역시 이를 알고 있었고,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영화에 폐를 끼칠까 고민했다. 북한·외교·안보 등 민감한 이슈를 다룬 '강철비'(2017)에 출연한 그는 상호보완적 속편인 '강철비2:정상회담'('강철비2' 감독 양우석·29일 개봉)으로 다시 관객과 마주한다.


영화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강철비'에서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 역을 맡은 정우성은 이번에 진영을 바꿔 한국 대통령 한경재로 돌아왔다.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영화를 재밌게 봤다. 특히 양우석 감독이 감독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 만족한다"고 밝혔다.


작품의 매력에 대해선 "시리즈로 나온 작품 중엔 히어로물이 많은데, 다른 장르와 소재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기획은 '강철비'가 처음이다. 한반도가 주인공인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신선한 기획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강철비2:정상회담' 정우성.ⓒ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정상회담' 정우성.ⓒ롯데엔터테인먼트

언론 시사회 당시 정우성은 "우리 민족이 (분단으로 인해) 충분히 불행하지 않았나 싶다. 이 불행이 새로운 희망으로 바뀌었으면 한다"면서 눈시울을 붉혀 화제가 됐다. 배우는"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겪은 우리의 불행에 대한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며 "살다 보면 이 불행을 망각하기도 하는데, 영화를 보고 우리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깊은 눈빛으로 연기했다. 그간 '정치적인 배우'라는 이미지로 소비돼온 정우성에겐 또 다른 도전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시선과 이해관계가 공감을 자아낼 것이라고 판단했죠. 직설적인 어법의 영화인데, 정우성이라는 배우에 대해 정치적인 이미지로 바라보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걱정했고, 제가 출연한다면 영화가 힘든 길을 갈 것이라고 감독님께 털어놨습니다. 한경재라는 인물을 정치적 잣대로 보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거고요. 근데 감독님이 '정우성'이어야만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대통령 역할을 한 소감도 궁금했다. "대통령은 정말 외롭고 고뇌가 많은 직업이구나 싶었다.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참아야 하는, 무기력한 기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한경재는 끊임없이 공심(公心)을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대통령이니까 사심보다 국익을 먼저 떠올리죠. 평화협정을 위해 간절한 바람을 갖고 뒤에서 쫓아가고, 끝에는 국민들에게 통일을 원하는지 묻죠. 좋은 정치인이요? 권력이 아닌, 공심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철비2:정상회담' 정우성.ⓒ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정상회담' 정우성.ⓒ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결이 다르다. 전반부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과 관련한 정보가 넘친다면, 후반부엔 잠수함 액션신으로 관객을 붙잡는다. 잠수함 신에서는 남북미 세 정상이 좁은 공간에 갇혀 티격태격하며 정을 쌓는 과정이 관전 포인트다. 정우성은 "극한의 상황에서 각각의 입장을 드러내는 장면인데, 감독님이 코믹하게 그려냈다. 똑똑한 선택"이라고 짚었다.


영화는 대통령 한경재의 입을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우성은 "어떤 방향을 제시하거나 무언가를 강요하는 질문이 아니다"라며 "서로가 내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방향성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얘기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그에게 탈북민 이슈에 대한 질문도 날아왔다. 정우성은 탈북 청소년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에 참여하기도 했다.


"난민이나 탈북민이 왜 그런 상황에 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사연을 듣지 않고 '난민', '탈북민'으로 규정하기에 바쁘죠. 탈북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해야합니다."


오랫동안 청춘스타로 군림해온 정우성을 이끄는 힘은 작품이다. 매번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감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품에서 다른 인물이 되는 경험이 쌓여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요.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굳이 내가 안 해도 되는 작품은 안 하는데, 도전의 여지가 보이는 작품은 비슷한 장르라도 손을 내밉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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