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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작전 하듯…본회의 통과한 주택임대차법 내일 바로 국무회의


입력 2020.07.30 17:42 수정 2020.07.30 17:4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8일 국토위, 29일 법사위, 30일 본회의 이어

31일 임시국무회의 열고 관보호외까지 찍어

조수진 "군사정권 날치기 때도 보지 못했던 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가결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범여권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정부가 31일 바로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한다. 마치 군사작전 하듯 속전속결로 절차가 강행돼,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가 신중한 검토 없이 바로 적용되면서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부작용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열민당 등 범여권 3당은 30일 오후 본회의장에 소속 의원들끼리 모여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 전세 계약이 끝났을 때 일방적으로 2년 계약을 추가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임차인에게 부여했다. 전월세상한제는 전세금·월세 인상 폭을 직전 계약의 5% 내에서만 가능하게끔 하는 제도다.


국민의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지난 28일 국토교통위에서 범여권 단독으로 의결된데 이어, 전날 법제사법위에서도 소위 구성조차 하지 않은 채 법안심사나 토론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강행 처리됐다. 이날 본회의 의결까지 불과 사흘만에 법안이 처리됐다.


조수진 통합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반대 토론에 나서 이 점을 지적했다.


조수진 의원은 "법사위 시작 전에 이미 국회 전산망에 여당이 처리하려는 안건들이 '처리됐다'고 떠 있었다"며 "여당이 군사작전하듯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소위 심사와 찬반 토론 한 번 없어, 야당 의원들은 위원장이 의사봉 두드리기 직전에야 법안의 내용을 알 수 있었다"라며 "의원도 모르는 법안이 통과되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된 국가에서 가능하다는 말이냐"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군사정권 시절 날치기 처리 때도 법안의 내용은 공개했는데, 작금의 여당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보지 못했던 일들을 행하고 있다"라며 "대통령이 주문한 입법 속도전을 무조건 밀어붙이며, 여당 스스로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를 '통법부'로 전락시켰다"고 개탄했다.


조수진 의원이 반대 토론을 하는 동안, 본회의장의 민주당 의원들은 듣기가 거북했던 듯 "내려와" "그만해" 등을 외치며 발언을 훼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사위 시작도 전에 전산망에 '법안 처리' 먼저 떠
김태흠 "국회는 대통령 한 사람 위해 있는 것 아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의회독재로 민주주의 유린"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밈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법은 31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된 뒤, 바로 당일로 관보 호외에 실어 공포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이 소관 상임위에 상정된 뒤, 나흘만에 공포까지 마치는 셈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입법 속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3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상정, 의결한다.


법률이 시행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뒤에도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 관보 게재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단축하기 위해 원래 국무회의를 열지 않는 금요일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관보 호외까지 찍어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통합당 3선 김태흠 의원은 이날 "문재인정부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든다더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의회독재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다"며 "부동산 관련법을 '7월 국회 중 처리하라'는 청와대 하명을 받들기 위해 민주당은 불법·탈법·무법천지의 국회를 만들었다"고 탄식했다.


김태흠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국회의 역할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국회는 대통령 한 사람만을 위해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던 사람"이라며 "이렇게 말해놓고 정권을 잡자 야당을 적으로 돌리고 여당을 졸개처럼 여기며 국회의장을 부하처럼 다루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국회를 야당은 없고 여당만 존재하는 '통법부'로 만드는 끝없는 내로남불과 뻔뻔함에 치가 떨릴 정도"라며 "미친 광풍에 당당히 맞서 싸웠다고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변함없이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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