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형펀드 8조원 자금 유출...공모주·하이일드·코벤펀드 1조 유입
대어급 IPO 앞두고 기대감 커져...하이일드 우선배정 혜택은 연내 일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공모투 투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하이일드펀드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익률 변동성과 함께 올해 말로 다가온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 일몰 등 투자 여건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8조748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펀드시장 전반이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공모주펀드(9944억원)와 공모주 펀드의 일종인 하이일드펀드(2925억원), 코스닥벤처펀드(1327억원)에는 돈이 몰리며 공모주 투자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했다.
이들 펀드가 주목받게 된 것은 올해 공모시장 최대어로 꼽힌 SK바이오팜의 영향이다. SK바이오팜 흥행 이후 대부분의 공모주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자 다시 공모주에 간접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3% 넘게 급락한 지난 20일에도 이러한 흐름은 유지됐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 중앙은행(Fed)발 경기 우려가 겹치며 외국인과 기관이 매물을 쏟아낸 날이었다.
이날 펀드시장에서도 자금 유출이 잇따랐다. 44개의 테마펀드 중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는 레버리지펀드(534억원)와 공모주펀드(228억원)이 넘는 돈이 흘러들어왔다. 증시가 다시 상승하고 공모주가 흥행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자금이 몰린 것이다. 원자재펀드(-376억원), 천연자원펀드(-386억원), 배당주펀드(-240억원), 가치주펀드(-182억원)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날 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에는 각각 37억원, 28억원이 유입됐다. 자산의 45%를 신용등급 BBB+ 이하 비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의 경우 코스피 공모주에 대해 10%의 우선 배정 혜택을 받는다. 벤처기업 및 코스닥상장 중소기업 주식에 50% 이상 투자하는 코스닥 벤처 펀드는 코스닥 공모주의 30%를 우선 배정받는다.
공모주펀드는 채권을 주로 담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다가 기업의 신규 상장이 있을 때 최대 30%까지 참여해 추가 수익을 얻는 펀드다. 단순 공모주 펀드는 물량 혜택이 없다. 대신 공모주 하이일드펀드는 하이일드 채권 비중이 높아 채권시장 향방에 따라 수익률이 갈리고 코스닥벤처펀드도 코스닥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요동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하이일드펀드는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오는 12월 31일 폐지된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연내 대어급 IPO가 줄줄이 예정돼있어서다.
하반기에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교촌에프앤비 등이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산출한 빅히트의 기업가치를 최소 3조원~최대 5조원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2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두 회사는 최근 기업설명회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빅히트는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간접 참여형 사업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을 언급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 위주로 일반적인 엔터사의 수익이 구성되는데, 빅히트도 80%가 직접참여형 상품이었다”며 “빅히트는 이것을 웹툰·드라마·소설·게임 등 간접참여형으로 만들어 간접참여형 매출이 2017·2018·2019년 22.3%→ 32.2%→ 45.4%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도 지난 20일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공모자금을 활용해 개발사 인수·합병(M&A)을 적극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유리한 입장이라고 생각을 밝혔는데 글로벌 개발사 다수가 개발을 중단하거나 연기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이런 국면에서 공모자금으로 개발사를 적극 인수해 게임 수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올해 말 하이일드펀드의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일몰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6월 전만 해도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식어가는 추세였다. 그러나 이후 SK바이오팜 상장을 계기로 설정액이 증가 추세로 돌아서는 등 분위기 전환을 맞게 됐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채권 투자 상품이지만 최근 자금을 끌어 모은 것은 우선 배정 혜택인데, 이것이 끝나면 비우량채 채권에 대한 투자 유인 효과도 사라지는 것”이라며 “큰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BBB급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 또한 가로막혀 발행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