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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코로나피크때 '연료비 연동제' 꺼낸 속내는


입력 2020.08.26 16:39 수정 2020.08.26 17:56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한전이 떠안던 리스크 국민에 전가

급격한 전기요금 상승 리스크 내재

탈원전 정책 부작용 논란 덮을 명분

한국전력공사 본사 ⓒ한전 한국전력공사 본사 ⓒ한전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연료비와 연동하는 제도를 추진한다. 국제 유가에 따라 널뛰는 연료비로 흑자와 적자가 좌우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전기 소비자에게 요금 불안정성이 전가된다는 점에서 신중론이 제기된다.


한국전력은 26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올 하반기 안에 '연료비 연동제'를 전기요금 개편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한전 내부적으로 다양한 해외 전기요금 개편 사례를 취합해 검토하고 있다"며 "한전 이사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뒤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으면 개편된 전기요금제가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발전 연료로 쓰는 석유, 석탄, LNG 등은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국제유가를 따라 연료비가 오르고 내린다. 반면 소비자 전기요금은 일정한 금액을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고정 가격 체계다.


이에 한전은 저유가 시기에는 흑자, 고유가 시기에는 적자를 내며 실적이 요동쳤다. 2013년부터 전기요금이 동결된 가운데 한전은 지난해 1조2770억원 적자를 냈다. 이번에 추진되는 전기요금 개편은 연료비 변동을 전기요금에 바로 반영해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한전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코로나 여파에 따른 국제 연료가 하락 등으로 연료비‧전력구입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전 한전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코로나 여파에 따른 국제 연료가 하락 등으로 연료비‧전력구입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전

하지만 한전이 부담해오던 리스크가 반대급부로 전기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점이 문제다. 국제유가는 수요와 공급, 국가적 관계 등 상존하는 수많은 변수가 맞물려 불규칙적 등락을 반복한다. 저유가 시기에는 소비자에게 이익이지만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전기요금도 급격하게 오른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위원 출신 노동석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에너지 자원은 가격 등락이 굉장히 가파르고 주기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며 “유가가 30%가 올랐으면 다시 30%가 떨어지리란 보장이 없을뿐더러 부동산처럼 5%씩 계속해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안전 장치를 마련하더라도 유가 상승이 장기화 될 시 전기료 상승 유발은 물론 전력시장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전기요금 체계가 국가 전력수급과 국민 경제를 고려하지 않은 한전 중심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한전은 전력수급 안정화, 국민경제 발전 기여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국영 공기업인 한전은 적정 수준 적자를 유지하더라도 파산 위기를 맞지 않는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세워진 만큼 국민을 위해 리스크를 흡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유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국민에게 지우겠다는 발상은 이같은 전력공기업 정체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은 이유다.


한전이 ‘연료비 연동제’ 카드를 꺼내든 데에는 또다른 배경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2022년까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탈원전 정책 여파로 전기료 인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명분을 대외 요인으로 돌림으로써 여론이 격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 ⓒ정용훈 교수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 ⓒ정용훈 교수

실제로 월성1호기(70만kw)를 탈원전 정책으로 조기폐쇄 함에 따라 손실비용만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구형 원전 1기가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이 정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20기가 넘는 국내 모든 원전이 폐쇄될 경우 ‘탈원전이 전기료 인상을 부추겼다’는 개연성은 더욱 높아진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연료비에 따라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것은 원칙상 맞겠지만 연료비 변동을 완화해주고 있던 원자력 퇴출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연료비에 따라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게 상황을 바꾼 원인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전 이용률 저하가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강변하지만 원전 발전량이 줄면 가스나 석탄이 대체하는 것은 자명하고 한전에 손해로 작용하는 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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