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높으신 분은 헬기타고 서울오는데…지역의사제, 거대한 실패 될 것"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2.25 16:19  수정 2026.02.25 18:47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지역의사제’ 정책포럼

정부, 5개년 의대 증원 발표…모두 지역의사제 선발

의료계 “숫자에만 매몰된 단기처방, 구조적 문제 살펴야”

“지역의사제, 막대한 예산 투입한 거대한 실패 될 것” 비판도

2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지역의사제 이대로 괜찮은가?' 의료정책포럼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정부가 2027~2031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을 확정하고, 증원분을 모두 ‘지역의사제’로 선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의료 공백 해소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과도한 제재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지역 간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창수 대한의사협회(의협) 정책이사(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현행 지역의사제는 숫자 확대에만 매몰된 단기 처방으로, 헌법적 가치와 의료 시스템을 왜곡한다”며 “지역 의료의 구조적 문제를 인력 투입으로 덮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 위기는 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감소와 지역 산업·경제 여건 악화가 맞물린 결과”라며 “병원 하나로 지역 필수의료 붕괴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전형으로 선발된 의대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의료 취약지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 명령을 거쳐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의료계는 특히 의무복무 불이행 시 면허 취소까지 이어지는 제재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역의사제를 도입한 대만과 일본은 재정적 배상이나 경력상 불이익을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면허 박탈은 헌법적 논란을 이유로 지양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의무 복무 이후 상당수가 대도시로 이동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김 이사는 “장학금 반환이라는 경제적 해결책이 있음에도 ‘면허 취소’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는 직업적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 의료는 지시가 아니라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의사를 ‘통제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의 동반자’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지역의사제 이대로 괜찮은가?' 의료정책포럼에서 김창수 의협 정책이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날 토론에서는 제도의 실효성과 함께, 지역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지역의사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거대한 실패’가 될 것”이라며 “의정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들이 결국 자리를 떠난 것처럼, 이 제도를 추진한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지역의사제가 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비용부담만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여기에 투입되는 재정적 부담은 결국 국민, 특히 앞으로 비용을 감당해야 할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정작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채 뒷감당만 해야 하는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이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금을 대폭 낮추는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지역 의료를 살려야 하는 이유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며 “국회에서는 지역과 수도권 병원의 치료 사망률이 다르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말로 지역에서 치료받으면 사망률이 높다는 전제가 사실이라면, 오히려 지역의사제를 할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조차 헬기를 타고 서울에서 치료받는 현실에서, 지역 치료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지역의사제를 강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장우진 경희대 의대 24학번 학생은 “의대생으로서 주변에서 ‘의사로서 혜택을 받았으니 취약지나 기피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시선과 요구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역의사제 역시 강한 규제를 통해 추진된다면 반발심을 키울 수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제가 아니라 세제 혜택이나 근무 여건 개선 등 유인책 중심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지역의사제 이대로 괜찮은가?' 의료정책포럼에서 김택우 의협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지역의사제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주관으로 열렸으며, 지역의사제 제도 설계 쟁점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지역의료 회복을 위한 정책 과제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준비되지 않은 증원으로 교육현장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며 “특히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학생들이 충분한 교육과 수련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정착에 이르는 전 과정의 체계적인 설계와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도는 현장에서 안착할 수 없다”며 “환자들이 지금처럼 수도권 상급 병원으로 몰려오지 않고 지역의사를 찾아가게 하는 구조부터 정립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지역 의료 붕괴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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